국세청의 권한이 민간으로 급속히 이동하고 있다.

세무조사 기간을 연장하고 조사 대상을 선정하는 과정에 민간인을 참여시키자 국세청이 전권을 휘두르지 못하게 되면서 세무조사 건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국세청은 지난달 1일 6개 지방국세청과 84개 세무서에 '납세자보호위원회'를 설치했다.

이 위원회의 주된 역할은 세무조사 착수 후 조사기간을 연장하거나 조사범위 확대 여부를 승인하는 것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과거 월 평균 220건 수준이었던 조사기간 연장 건수가 납세자보호위원회 출범 이후 5월 한 달 동안 50건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평소 22.7% 수준으로 감소한 셈이다.

세무조사 기간 연장은 국세청의 고유 권한이다.

지방청(세무서)의 조사국(과)이 세무조사 착수 후 정해진 기간 내에 조사를 끝내지 못하더라도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해당 지방청이나 세무서의 납세자보호담당관에게 연장 허가를 요청하고,납세자보호담당관은 이를 검토한 뒤 여부를 결정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납세자보호담당관은 지방청장이나 세무서장의 지휘를 받는 만큼 조사국이 기간을 연장하고자 하면 그대로 승인하는 게 대부분이었다"고 말했다.

이 권한이 민간인 중심으로 구성된 납세자보호위원회로 넘어간 것이다.

납세자보호위원회는 지방청의 경우 외부위원(변호사 세무사 교수 등) 5명과 내부위원 4명,세무서는 외부위원 4명과 내부위원 3명으로 구성됐다.

위원장은 외부위원이 맡는다.

외부위원이 많은 데다 위원장마저 민간인이 맡는 까닭에 세무조사를 연장해야 하는 타당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면 조사기간 연장이 불가능하다는 게 국세청 조사담당 직원들의 설명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납세자 권익보호를 위해 국세청의 권한 일부를 민간에 이양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위원회 가동은 국세공무원 스스로 조사 권한을 남용하지 않겠다는 의지도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 과거 세무조사 기간 연장은 국세공무원의 '편의'에 의해 좌우된 경우가 많았다.

한 세무업계 관계자는 "조사 착수 전 사전 준비를 충분히 하고 정해진 기간에 밀도 높은 조사를 하면 되는데 느슨하게 하다가 시간이 모자라면 기간을 연장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세무공무원들은 기간 연장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지만 조사받은 기업들은 조사 기간이 늘어나면 그만큼 큰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국세청 세무조사 기간은 정기조사의 경우 통상 1~2개월이며 기간을 연장하게 되면 보통 1주일이나 열흘 정도,길게는 1개월 정도 추가 조사가 이뤄진다.

국세청은 납세자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앞으로 조사대상을 선정하는 권한의 일부도 민간으로 이양키로 했다.

민간인이 참여해 조사대상자 선정기준을 심의하는 '조사대상 선정 심의위원회'를 하반기 중 설치키로 한 것이다.

국세청 법인납세국 관계자는 "조사대상 선정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국세청이 임의로 조사 대상을 선정할 수 있는 여지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