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소속 40개국 재무장관들은 산유국의 원유 생산 능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투자 확대에 필요한 정책공조를 강화하기로 16일 합의했다.

고유가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ASEM 회원국들이 원유 증산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한 것이다.

장관들은 또 "유가 안정을 위해 산유국과 수요국 사이에 지속적인 대화가 필요하다"며 고유가 문제에 석유 소비국들이 공동 대응할 것을 촉구했다.

이날 제주 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열린 제8차 ASEM 재무장관회의에서 각국 장.차관들은 회원국이 고유가 때문에 △물가상승 △수송부문 파업 △경기둔화 우려 등 각종 경제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것에 우려를 표명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개회식 환영사에서 "세계 경제는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회의에서 장관들은 고유가와 인플레이션 문제에 대한 대응책으로 회원국들의 긴밀한 정책 공조가 필요하다는 데 견해를 같이했다.

특히 고유가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원유 증산'을 직.간접적으로 거론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프랑스 경제.산업.고용부 장관은 "현재의 고유가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석유 증산 및 기술 개발을 통한 새로운 유전 개발,석유시장 구조에 대한 조사 착수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약 51%를 차지하는 ASEM 국가들이 모두 고유가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이번 회의에서 공동 대응키로 합의함에 따라 향후 석유 소비국들의 원유 증산 요구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고유가에 따른 물가상승 문제가 안정적인 경제성장의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지적되면서 통화정책의 우선순위를 경제성장보다 '물가안정'에 둬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역내 국제기구 대표 자격으로 회의에 참석한 구로다 하루히코 아시아개발은행(ADB) 총재는 "많은 국가가 금리를 결정하면서 경제성장과 물가안정 사이에 딜레마를 겪지만 지금 당장은 '물가안정' 쪽에 무게를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회의는 아시아 개발도상국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에 민간을 참여시키는 방안을 체계적으로 연구할 국제 네트워크를 구성하자는 '제주 이니셔티브'에 합의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다음 ASEM 재무장관회의는 2010년 스페인에서 개최된다.

서귀포=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