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 동안 군살을 걷어냈으니 이젠 근력을 키워 몸짱(멋진 몸매)을 만들어야겠죠."'재계의 신사'로 불리는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59)을 16일 서울 을지로 동양종합금융증권 본사 빌딩 14층 회장실에서 만났다.

이 날은 현 회장에게 남다른 의미가 있다.

작년 창립 50주년에 '제2의 도약'을 약속하며 맡은 분야에서 괄목할 실적을 낸 임직원들을 격려하기 위해 만든 '일등정신 구현상' 시상식을 처음 가진 날이다.

올해 창립 51주년을 맞아 새로운 그룹의 미래를 고민하고 있는 현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일등 정신'으로 무장할 것을 주문하고 나섰다.

회장실 벽 한켠에 걸려있는 '병교필패(兵驕必敗.교만한 병사는 전쟁에서 반드시 패한다)'라는 글귀에서도 보듯 현 회장이 요구하고 있는 인재상은 스스로를 낮추고 겸허한 자세를 가진 일등 인재다.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 "10년간 군살 뺐으니 이젠 몸짱 만들어야죠"
임직원에 '겸허한 인재상' 강조

현 회장은 "조직원 개개인이 '일등 정신'을 갖고 끊임없이 노력하면 모든 계열사가 저마다 업계 정상에 오를 수 있을 것"이라며 "수년내 동양종금증권을 국내 최고의 수익률을 내는 종합금융사로 만들겠다"고 자신했다.

지난해 동양그룹의 매출액은 약 5조4000억원.전년 대비 15%가량 성장했다.

동양메이저,동양종금증권,동양생명,동양매직 등 모두 17개 계열사를 두고 있다.

동양그룹은 여기에 한일합섬을 전격 인수하면서 자산 기준 재계 30위권에 진입했다.

금융 부문이 전체 그룹 매출의 70%를 넘어섰다.

특히 동양종금증권의 CMA(종합자산관리계좌)시장점유율은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동양생명 역시 9년 연속 흑자행진을 이어가고 있으며,올 기업공개를 위해 주간사를 선정하는 등 '생보사 상장기업 1호'를 눈앞에 두고 있다.


올 동양생명 상장 마무리

현 회장은 "동양생명 상장은 올해 안에 마무리될 것"이라며 "현재 동양종금은 덩치로 보면 빅 5에 들지 못하지만 150개가 넘는 점포수나 250만명을 웃도는 고객,CMA 시장점유율 등에선 1위를 달리고 있는 만큼 잘할 수 있는 분야에서 일등하겠다는 의지로 달려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 회장이 금융사업에 관심을 가진 건 1980년 초반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국내 금융업의 성장 가능성을 인식하고 동양그룹의 금융진출 비전을 세웠다.

1984년,주변의 우려와 반대에도 불구하고 소형 증권사 일국증권 인수를 적극 추진했다.

이후 동양그룹은 동양경제연구소(87년),동양투자자문(88년),동양생명(89년),동양창업투자(89년),동양선물(90년)을 차례로 설립했다.

1990년 대우투자금융 인수를 분기점으로 종합금융그룹으로서의 틀을 갖췄다.

금융.레저.건설이 삼각축

현 회장은 금융 외에 레저산업과 건설업에도 높은 관심을 보였다.

지난해 1월 한일합섬을 인수한 뒤 한일합섬 건설 부문을 동양메이저 건설 부문과 통합하고 건설 사업 확대에 적극 나섰다.

이와 함께 기존의 '파인크리크CC' '파인밸리CC'와 더불어 한일합섬이 보유하고 있는 86만㎡(26만평)에 달하는 속초 영랑호 리조트 사업을 통해 레저사업의 본격적인 도약을 재정비하는 중이다.

시멘트공장 있는 곳에 레저단지 조성

현 회장은 "그룹의 모태인 전국의 시멘트공장이 있는 곳은 뛰어난 경치를 가진 곳이 많아 이 곳을 레저단지로 개발하면 다른 기업보다 레저사업 진출이 유리하다"며 "레저사업은 국민소득이 높아질수록 시장규모가 커진다는 점에서 동양그룹이 나아가야 할 분야"라고 말했다.

그는 또 "시멘트 분야에선 꾸준히 공장을 늘리고 있어 조만간 업계 1위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미국 스탠퍼드대학 동문이기도 한 장남 승담씨의 경영권 승계에 대해 묻자 "아직은…"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승담씨는 지난해 6월 동양메이저 차장으로 입사해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