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강남권의 재건축 추진 아파트 급매물을 산 김정민씨(35.경기 성남시 거주)는 강남 재건축 아파트값 '바닥론'이 솔솔 나오기 시작하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판교신도시의 마지막 남은 분양물량(A20-2블록)이 9월께 3.3㎡당 1800만원대에 분양될 것이란 얘기가 돌면서 또 다른 고민이 생겨났다.

2년 전 분양가와 비슷한데다 성남시 거주자 30% 우선공급이란 혜택을 놓치기가 너무 아깝기 때문이다.

엄청난 청약경쟁률이 예상되지만,만약 당첨된다면 매입한 강남 아파트를 팔아서라도 판교로 들어가야 할지 판단이 안선다.


'거품이 빠지고 있는 강남권 재건축 대상 아파트냐,마지막 판교 로또를 노려봐야 하나'를 놓고 저울질하는 수요자가 늘고 있다.

기본적으로 강남에 진입할 경제력이 있는 수요자들의 고민이긴 하지만 강남과 판교신도시의 상대적 투자 가치에 대한 문제여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판교 마지막 분양 '로또'?

대우건설과 서해종합건설이 시공하는 판교 A20-2블록은 122~337㎡(948가구)의 중.대형 단지다.

이 단지는 2011년 개통 예정인 신분당선 연장선이 가까운 역세권으로 동판교의 중심에 있어 입지가 양호하다는 평가다.

수요자들을 더욱 끌어당기는 것은 분양가가 3.3㎡당 1800만원대에서 책정될 것이란 전망이다.

2006년 당시 판교신도시 분양 때는 분양가가 주택 규모(128~231㎡)에 따라 3.3㎡당 1584만~1857만원에 분양됐다.

지금은 공공택지 분양가 기준이 주변 시세의 80%로 낮아져 1800만원 선을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동산연구실장은 "2011년 입주할 때가 되면 판교 A20-2블록 시세는 3.3㎡당 2500만~3000만원은 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강남보다 판교에 점수를 더 주는 한 전문가는 "가락시영 아파트처럼 강남 재건축 막바지에 투자한 사람들은 차익을 별로 볼 수 없는 구조가 됐다"고 말했다.

◆분당 약세에 판교도 휘청할까

분당 등 경기 남부권 집값 약세가 깊어지고 있어 판교도 낙관할 수만은 없다는 신중론도 있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분당지역 아파트값의 약세가 지속하면서 편법이긴 하지만,판교 아파트에 붙은 프리미엄이 사라지거나 수천만원에 불과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판교 A20-2블록 122㎡형 분양가가 6억5000만~7억원은 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조금 더 자금을 보탠다면 8억원 중반까지 떨어진 강남 중층 재건축 아파트 112㎡ 정도를 매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판교에 교육환경과 생활기반시설이 갖춰지려면 입주 이후 5년은 족히 걸리기 때문에 주택의 사용가치 측면에서 강남 아파트가 한 수 위이고,이 요인이 가격 차를 만들 수밖에 없다는 견해도 있다.

임달호 현도컨설팅 대표도 "강남은 재건축 규제 완화가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어서 명쾌하게 얘기할 순 없지만,판교 아파트가 아무리 좋아도 강남 시세의 80% 선을 넘기 어려울 것"이라며 강남 아파트 가치가 한 수 위라고 잘라 말했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