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ㆍ日기업 'U턴' … 한국기업만 "해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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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로 나갔던 미국 및 일본 기업들이 자국으로 돌아오고 있다.
현지 임금 상승과 초고유가 등에 따른 운임 부담 증가로 경영여건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 주요 기업들은 여전히 해외 진출에 열을 올리고 있어 대조적이다.
국내에서 '기업하기'가 외국보다 여전히 훨씬 까다로운 게 주 요인으로 꼽힌다.
16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유가 상승으로 해외운송비가 치솟고 있는 데다 달러화 약세에다 중국 인도 등의 임금상승까지 겹치면서 아시아 지역 공장을 국내로 유(U)턴하는 미국 기업들이 최근 급증하고 있다.
난방기기를 만드는 DESA는 최근 중국에 있던 공장을 켄터키주로 이전했다.
전기부품업체인 에머슨은 모터 등 일부 품목의 생산기지를 아시아에서 미국과 멕시코로 옮겼다.
DESA 클로드 헤이스 사장은 "중국에서 미국까지 컨테이너 수송비가 지난 1월 이후에만 15%나 올랐다"며 "이를 감안하면 미국에 공장을 두는 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중국~미국 간 해상운송비는 2000년 이후 세 배가량 증가했다.
만약 국제유가가 전문가들의 예측대로 몇 년 내 배럴당 200달러로 치솟을 경우 해상운송비도 현재의 두 배로 뛸 것으로 예상된다.
콜센터나 연구소를 미국으로 이전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컴퓨터 회사 델은 고객들이 해외에 위치한 콜센터 직원과 영어 소통에 문제가 있다는 불평이 잇따르자 최근 아이다호 트윈폴스에 콜센터 역할을 겸한 기술지원센터를 열었다.
컨설팅업체인 액센추어도 오리건주에 있는 우마틸라 인디언보호구역에 문서처리센터를 짓고 있다.
소프트웨어 개발회사인 익스팸시온은 최근 인도 푸네에 있던 연구소를 네브래스카주 카니로 옮겼다.
일본 기업들의 자국 유턴도 활발하다.
도요타자동차는 최근 3년간 일본에 북미 지역보다 세 배 이상 많은 투자를 단행했다.
혼다자동차는 30년 만에 처음으로 2007년 하반기부터 도쿄 부근에서 공장을 짓고 있다.
도쿄제철은 15년 만에 일본에 용광로 건설을 추진 중이다.
마쓰시타전기는 오사카에 6500억엔을 투자,플라즈마 디스플레이패널(PDP) 공장을 준공했다.
일본 기업들의 본국 회귀는 대폭적인 규제완화로 일본 내 사업여건이 현격히 개선되고 있는 덕분이다.
실제 일본은 2001년 이후 △출자총액제한제 폐지(2002년) △공장 등 제한법 폐지(2002년) △공장재배치촉진법 폐지(2006년) △공무원낙하산금지법 도입(2007년) 등 기업 투자를 제약하던 1500여건의 규제를 개혁했다.
이와 달리 국내 기업들은 여전히 해외공장에 사활을 걸고 있다.
미국이나 일본 등과 달리 내수시장이 작아 해외에서 승부를 걸 수밖에 없어서이기도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론 잇따른 노사분규에다 각종 규제 등 국내 경영환경이 개선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직접투자(신고액 기준)는 지난해 274억8000만달러로 전년보다 48.3% 증가했다.
올 1분기에도 80억1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05.4%나 늘어나는 등 갈수록 증가 추세다.
금호타이어는 지난달 미국 조지아주에서 현지 공장을 착공했다.
유럽,인도 등지에도 공장을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회사 측은 "국내 공장은 노조의 요구로 복리후생비와 성과급 등 인건비가 적지 않게 나가 경쟁력을 잃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해외 생산 비중을 계속 높여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STX는 지난 4월 중국 다롄의 'STX 대련 조선해양 종합생산기지'에서 철재 절단 기념식을 갖고 공장 가동을 시작했다.
STX는 당초 국내에서 조선소 부지를 물색하다가 마땅한 땅이 없어 중국행을 결정했다.
김광두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내 기업들의 해외 엑소더스를 막는 길은 기업들이 마음놓고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길밖에 없다"며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기업들을 옥죄고 있는 각종 규제를 철폐하고 노조도 경영활동에 발목을 잡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뉴욕=하영춘ㆍ도쿄=차병석 특파원/조재길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