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를 위한 파업찬반 투표 결과 발표를 17일로 연기한 것은 조합원들의 찬성률이 그만큼 낮아 총파업 동력을 얻기가 쉽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재 민주노총은 광우병국민대책회의가 정권퇴진 시위로 전환할지 여부의 시한으로 잡은 오는 20일까지 총파업 돌입 시기를 일단 유보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민주노총이 그 이후에도 실제 총파업에 돌입할지는 미지수다.

미국산 쇠고기 재협상,대운하 반대,공기업 민영화 반대 등 근로조건과 상관없는 정치적 이슈를 내건 불법 정치파업에 대해 조합원들이 등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화물연대와 건설노조의 파업으로 산업현장이 휘청거리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노총이 정치파업에 나설 명분이 그만큼 약하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지난해 FTA반대라는 정치파업에 일반 조합원으로부터 강한 역풍을 맞은 민주노총이 올해 또 다시 미국산쇠고기반대투쟁이라는 최악수를 두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분위기는 민주노총이 지난 10~14일 실시한 총파업 찬반투표 참가율과 찬성률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민주노총 산하 1700여개 기업,70여만명의 조합원을 대상으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및 재협상'과 관련해 총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한 결과 297개 기업,6만2760명만이 참가했다.

투표참가율이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투표참가자 가운데 찬성률 역시 4만4105명(56.7%)에 불과했고 16개 노조에선 파업이 부결됐다.

그만큼 현장 조합원들의 정서가 냉랭하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다.

실제 현대차 일반 노조원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노조 게시판에는 "언제까지 현대차가 민주노총의 정치파업에 봉노릇을 해야 하느냐" "한ㆍ미 FTA 파업 때도 과연 노조가 승리했다고 할 수 있는가" 등 노조 지도부를 향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현대차와 함께 금속노조 핵심세력인 기아차(59.2%),GM대우차(52.1%)도 간신히 파업을 가결시켰으며 쌍용차는 찬성률이 43.5%로 부결됐을 정도이다.

민주노총의 찬반투표에 강한 의문을 제기하는 조합원들도 있다.

현대차 노조원은 노조게시판에 '민주투사도 투개표 똑바로 하자'라는 글에서 "투표도 문제지만 노조간부들끼리 비공개적으로 집계되는 개표 결과는 더더욱 믿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현대차 지부는 지난 13일 투표가 끝난 뒤 개표를 미루다가 16일 오후가 돼서야 개표를 실시했고 개표 결과도 예정일보다 하루 늦춘 17일 발표키로 해 의혹을 사고 있다.

따라서 일반 조합원들 사이에선 "민주노총이든 금속노조든 모두가 조합원들을 위해 존재하는 만큼 이번 미국산 쇠고기 저지 총파업부터는 선관위나 사회단체 등 제3자의 객관적 참여 하에 투개표를 실시해 과연 조합원이 정치파업에 어떤 정서를 갖고 있는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노동부 관계자는 "민주노총의 정치파업은 찬반투표를 거치더라도 목적의 정당성을 잃은 불법 정치파업이어서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