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파업이 나흘째 계속되면서 전국의 항만과 주요 기업들이 물류 대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부산항과 평택항 등의 일부 컨테이너 터미널은 발이 묶인 화물로 장치율이 100%를 넘어섰다.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 입주 기업 공장장들은 더 이상 공장을 가동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화물연대에 민ㆍ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결의했다.

정부는 30대 그룹사 관계자들과 함께 화물연대 비상 대책회의를 개최했지만 뾰족한 해법을 도출하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불법행위에 소송으로 대응"

여수산단 공장장협의회는 16일 "화물연대 파업으로 발생하는 피해와 손실에 대해 민ㆍ형사상 책임을 묻겠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화물연대 파업으로 인한 피해가 감내할 수 있는 상황을 넘어섰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날 성명 발표에는 전남 지역에서 지난 12일부터 진행된 화물연대 운송거부로 피해를 입은 석유화학 기업 31곳이 참여했다.

협의회 관계자는 "화물연대가 과도한 운송 방해,운전사에 대한 위협과 폭행,차량 파괴 등을 일삼는 등 법의 테두리를 넘었다"고 지적했다.

물류길이 막히자 여수산단 입주 기업들은 잇따라 생산량을 줄이고 있다.

생산량을 30% 감축한 휴켐스의 화학공장이 대표적인 예다.

협의회 관계자는 "현재 60∼70%인 여수산단 지역 공장 가동률이 조만간 50% 이하로 떨어질 전망"이라며 "18일이 고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지역 대기업들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대우일렉 광주공장은 잔업을 중단한 상태며 상황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17일 오후부터 전자레인지 일부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할 방침이다.

삼성전자 광주공장도 40피트 컨테이너 300여대가 야적장에 쌓여 있다.

이 회사는 1∼2일 더 상황을 지켜본 뒤 생산 감축을 검토할 예정이다.

◆곳곳에서 화물연대와 기업 마찰

제품을 운송하려는 기업 관계자들과 이를 막으려는 화물연대 측의 마찰도 심해지고 있다.

시멘트 제조업체인 A사 관계자는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감시조를 배치해 시멘트 출고량을 일일이 감시하고 있다"며 "타이어와 백미러를 파손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고 설명했다.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서문 앞도 화물연대 조합원 150여명이 점거 중이다.

한국타이어도 대전공장이 있는 신탄진 경부고속도로 요금소 앞을 선전전을 진행하는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가로막아 물류 운송에 차질이 빚어졌다.

이미 15%가량 운임을 올려주기로 합의한 LG전자 창원공장도 화물연대 측의 방해공작에 시달리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화물연대의 눈치를 보느라 화물연대와 관련이 없는 근로자들도 태업을 벌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식경제부는 이날 오후 6시30분부터 서울 중앙우체국에서 이윤호 장관 주재로 30대 그룹 기조실장들과 긴급회의를 가졌다.

화물운송 거부사태에 따른 기업별 현황을 점검하고 향후 대응방안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이 장관은 "원자재 재고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중소기업들의 고통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화주들이 고통분담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운송료 협상에 참여해 달라"고 촉구했다.

지경부에 따르면 이날 정오까지 화물연대 파업으로 인해 빚어진 수출과 수입 차질액은 총 47억37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송형석/이정선/오진우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