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휘창 <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

기업경영과 국가경영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기업경영에서 과정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기업 경영자의 중요한 의사 결정은 비밀리에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일일이 부하 직원의 의견을 존중할 필요가 없다.

일이 잘못되면 해당 전문경영자가 물러나면 된다.

자기가 오너인 경우에도 자기만 망하면 된다.

최악의 경우 그 기업은 다른 기업에 인수ㆍ합병되거나 회사 직원들은 다른 곳에 다시 취업하면 된다.

그러나 국가경영자의 의사 결정이 잘못되면 기업의 경우와 비교해서 피해 규모가 훨씬 크고,국민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게 된다.

국가가 다른 국가에 인수ㆍ합병될 수도 없고,국민이 다른 국적(國籍)으로 바꾸기도 쉽지 않다.

따라서 중요한 국가정책 시행은 국민의 뜻에 따르거나 아니면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기업경영에서는 과정보다는 결과가 훨씬 중요하지만,국가경영에서는 과정도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고 공언한 것은 과정보다는 결과를 의미했던 것이다.

사실 기업경영에 있어서 스피드는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과감하게 줄 것을 주면서 목표를 달성하는 전략을 취하게 된다.

이번 미국과의 쇠고기 협상도 대통령의 미국 방문 일정 중 캠프 데이비드 방문 직전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우리 입장에서는 어차피 쇠고기 개방이 대세라면 확실하게 양보하면서 미국과의 신뢰 구축을 재확인하고 앞으로의 우위를 확보하려는 선도자 우위(first mover advantage) 전략을 취한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이를 실용외교라고 표현했다.

이렇게 훌륭하게 일을 처리했다고 자부하고 귀국한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들의 촛불시위를 보고는 상당히 당황했을 것이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촛불시위는 젊은층이 먼저 시작했다.

어느 10대 참여자는 다음과 같은 얘기를 했다.

"처음에는 조금 무서웠는데요,이제는 우리의 힘이 매우 크다는 것을 느꼈어요."

20대의 한 참여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가 먼저 했어야 했는데 우리 동생들인 10대들이 먼저 시작해서 아쉽습니다."

어느 30대 참여자는 더욱 의미 있는 얘기를 했다.

"이 다음에 우리 애가 아빠는 그때 어디서 무엇을 했느냐고 물을 것 같아서 촛불시위에 참여했습니다."

이러한 얘기들의 공통점은 국민들이 정치적 의사결정의 과정에 직접 참여하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물론 국민들의 정치적 관심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길거리 시위를 통해서 이렇게 직접 참여하는 것은 비용이 너무 많이 들 뿐 아니라 부작용도 많다.

국민들이 직접 거리로 나서기 전에 이를 한번 거르는 과정이 필요하다.

바로 전문가 집단의 역할이다.

현재 가장 큰 문제는 온 나라를 뒤흔들고 있는 이 미국산 쇠고기가 정말로 얼마나 위험한가를 일반 국민들은 정확히 모른다는 것이다.

또한 미국산 쇠고기가 아닌 호주산,국산,중국산 쇠고기는 얼마나 위험한지도 모르고 있다.

이 분야의 전문가들이 더욱 철저한 연구와 홍보를 통해 국민들에게 알려 주어야 한다.

그래서 촛불시위대 플래카드의 내용이 더욱 설득력이 있어야 하고,주한 미국 대사가 "한국인이 과학공부를 더해야 한다"라는 무례한 말을 못하게 만들었어야 했다.

우리가 선택한 이상 이명박 대통령의 발목을 잡을 것이 아니라 장점을 살려 정치를 잘하게 해야 한다.

스피드 경영,선도자 우위 경영 등의 원칙은 국가경영에 있어서도 매우 유용한 경영 원칙이다.

그러나 중요한 의사결정에 있어서는 확실한 전문성을 갖추어서 국민들을 먼저 설득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