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는 '카터 2기'를 위해 대통령에 출마한 것 같다."

미국 제44대 대통령 선거전이 막 시작된 지난 9일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는 한 방송사에 출연해 이렇게 말했다.

"오바마는 세금을 많이 거두겠다는 것인데,이렇게 되면 세금을 거둬 쓰고보자는 식으로 나라살림을 운영한 지미 카터 행정부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는 게 매케인의 주장이었다.

매케인이 버락 오바마 민주당 대선후보를 '카터 2기'에 비유한 건 오바마의 공격에 대한 반격의 성격이 짙다.

오바마는 그동안 "매케인은 조지 부시 행정부의 정책과 이념을 그대로 승계하게 될 것이므로 결국은 '부시 3기'가 될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부시 3기론'은 상당히 주효했다.

지지율이 30% 수준으로 떨어진 부시 대통령이 다시 한번 집권하게 된다는 얘기나 마찬가지이니,유권자들에게 주는 효과는 크다.

이에 맞서 매케인이 고심 끝에 내놓은 전략이 '카터 2기론'이다.

우유부단한 성격으로 경제는 물론 대외정책에서도 오점을 남긴 것으로 평가되는 카터 전 대통령의 이미지를 오바마에게 덧씌워 '부시 3기론'에 맞불을 놓겠다는 전략이다.

이런 상황이 심해질 경우 매케인과 오바마 대신 부시와 카터가 이번 대선을 치를 것이라는 우스개 소리도 나온다.

골수 보수주의를 추구하는 부시 행정부와 자유주의적인 카터 행정부는 분명 다르다.

그런데 결과만 보면 닮은 점도 많다.

각각 이라크와 이란 문제에 휘말려 곤욕을 치렀다.

부시는 세금을 덜 거두고,카터는 세금을 많이 거뒀는데도 경제성적표가 초라한 것도 비슷하다.

이러다보니 '부시 3기'와 '카터 2기'에 대한 미국인들의 이미지는 썩 좋지 않다.

미국 내 이런 모습을 보노라면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가 절로 연상된다.

두 정부는 많이 다르지만 국민들의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했거나,못하고 있다는 점에선 비슷하다.

물론 이명박 정부는 이제 초기다.

초반실책을 만회하고 성공한 정부로 자리매김할 기회는 아직 남아있다.

그렇지만 자칫 잘못하면 다음 국내 대선이 '이명박 2기'냐,'노무현 2기'냐로 진행될 수도 있을 것 같아 벌써부터 씁쓸하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