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창무 <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 cmryu@kita.net >

사람에 대한 첫인상은 처음 몇 초 만에 결정되고,그 선입관은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고 한다.국가 이미지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처음 어떤 국가를 방문했을 때 사람,건물,거리의 모습 등에서 받은 인상은 두 번,세 번 방문해도 크게 바뀌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을 방문하는 많은 외국인들은 인천공항의 세련되고 잘 가꾸어진 시설에 일단 높은 점수를 준다.여러 나라를 가본 경험으로 볼 때 인천공항만큼 쾌적하고 빠른 수속을 할 수 있는 곳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하지만 인천공항에서 받은 한국에 대한 선진적 이미지는 서울로 진입하는 공항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흔들린다.

해외 출장에서 돌아오는 길에 본 광경이다.길게 늘어선 인천공항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내 앞 차량에 탄 여성 운전자가 통행료를 내려다 지갑에 현금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던 것 같다.일반 고속도로와는 달리 하이패스도 설치돼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이 여성 운전자는 당황해 머뭇거리고,뒤에 줄서 있는 차들은 그 틈을 참지 못하고 경적을 울려댔다.어쩔 줄 몰라 진땀을 흘리던 그 모습이란!

그 광경을 목격한 이후로는 인천공항에 내리면 의식적으로 지갑에 현금이 있는지부터 확인한다.대부분의 고속도로에는 하이패스가 설치돼 있고 버스,지하철과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는 교통카드 사용이 보편화했다.하지만 유독 공항고속도로 톨게이트만은 모든 창구에서 사람이 돈을 내고 거스름 돈을 받느라 길게 줄을 서고 있다.정보기술(IT) 선진국인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관문,공항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말이다.우리보다 경제력이나 IT 기술력에서 한참 뒤처진 동남아 국가도 톨게이트에 하이패스가 설치돼 있다는 현실에 비춰 보면 인천공항고속도로 톨게이트의 '옥의 티'는 더욱 눈에 띌 수밖에 없다.

공항고속도로에 하이패스 설치가 지연된 이유는 잘 알지 못하지만,추측컨대 운영 주체 간 정산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짐작된다.그러나 이러한 사정은 내부 문제다.

공항고속도로를 통행하는 수많은 내ㆍ외국인 입장에서 보면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국가에 대한 이미지는 역사나 문화에 의해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톨게이트처럼 생활 속에서 부딪치는 사소한 일로 형성되기도 한다.

10년 전만 해도 끔찍했던 우리의 공공화장실이 이제는 음악과 향기가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해 외국인들도 감탄하는 곳이 됐다.IT 선진국이란 우리의 위상을 공항고속도로 톨게이트에도 덧입혀 주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