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TRA '세계 물시장 설명회'

GE 등 글로벌 기업 진출 활발

국내선 '수돗물 괴담' 막혀 표류


17일 오전 서울 염곡동 KOTRA 지하 1층 국제회의장에는 삼성물산,금호산업,GS건설,코오롱,한화건설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 관계자 120여명이 출동했다.

KOTRA가 마련한 물 산업 관련 세미나를 듣기 위해서였다.

금호산업 관계자는 "작년 12월에 회사 내에 수처리사업을 전문으로 하는 플랜트환경사업 본부를 신설할 정도로 물 산업에 대한 관심이 크다"며 "향후 중동,동남아 시장을 중심으로 해외 물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지금까지 해수담수화 사업에 집중됐던 물 산업을 앞으로는 하수.폐수 처리 등으로 넓혀나가는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에선 국제개발은행(MDB),세계은행(IBRD)의 물 전문가가 참석해 전 세계 물 시장 동향과 한국 기업의 진출 전략을 소개했다.



◆중동.아프리카 등 水처리 수요 급증

전문가들은 "20세기가 블랙골드(석유)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블루골드(물)의 시대"라며 물 산업의 도래를 예고하고 있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물 부족 심화로 해수와 폐수를 담수로 만드는 수처리 사업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는 데다,중동.아프리카 등 산유국이 막강한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깨끗한 물을 찾고 있는 것이 전 세계가 물 산업에 주목하는 이유로 손꼽힌다.

유엔은 2025년에는 약 27억명이 담수 부족에 직면하고 전 세계 국가의 5분의 1이 심각한 물 부족 사태를 겪을 것으로 전망했다. LG경제연구원은 지난해 3160억달러 수준이던 전 세계 물 시장 규모가 2012년엔 4950억달러로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국의 물 산업 관련 조사기관인 GWI는 물 시장이 2015년 1조5000억달러로 확대될 것이란 보고서도 내놨다.



◆국내외 기업 진출 러시

프랑스의 베올리아(Veolia)사는 100여개국에 물 관련 서비스를 제공,연간 15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전 세계 1위 물 전문 기업으로 자리잡았다.

유럽은 수에즈,알베에,아그바 등 세계 10대 물기업 중 9개를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물 산업에서 앞서가고 있다.

미국 GE(제너럴 일렉트릭)는 2002년부터 물 산업을 21세기 주력산업으로 정하고 하수처리 및 담수화 설비 업체를 잇따라 인수했다.

지멘스,3M 등도 물 시장에 활발히 진출하고 있다.

'물=산업'이란 인식이 부족한 국내에선 최근에야 기업들이 물 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

폐수처리와 해수담수화 등 물 관련 기술이 발달한 것도 국내 기업들의 물 시장 진출에 불을 댕겼다.

두산중공업은 바닷물을 민물로 만드는 해수 담수화 부문에서 40% 이상의 점유율로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이웅열 코오롱 회장은 올초 2015년까지 매출 2조원을 달성해 세계 10대 물 기업에 진입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코오롱은 최근 물 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정하고 '코오롱 워터'라는 브랜드도 발표했다.

웅진홀딩스도 얼마전 인수한 웅진케미칼을 통해 수처리 사업 진출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GS건설.현대건설.대우건설.롯데건설.금호산업 등도 올초 주주총회에서 지하수 정화사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하면서 물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상하수도 사업, 물 산업 80% 차지

물 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상하수도 민영화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상하수도 관련 사업은 물 산업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알짜산업이다.

대표적 물 부족 국가인 중국은 최근 상하수도 민영화를 추진중이며 싱가포르는 2000년대 초 2억달러를 투자해 아시아 최대 규모의 담수화 공장을 설립했다.

국내에서도 뒤늦게 상하수도 민영화를 통해 민간 기업의 참여를 늘려 물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자는 논의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최근 정부가 입법 예고한 '물산업지원법'은 '수돗물이 민영화되면 물값이 1000배나 뛴다'는 수돗물 괴담에 휘말려 두 차례나 연기됐다.

전문가들은 국민적 합의를 통해 조속히 물 시장에 진출,상하수도 서비스와 수질을 개선하는 등 물 산업 선진화를 통해 국부를 창출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김미희 기자 iciic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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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산업=가정과 공장에 안전한 식수와 산업용수를 공급하는 사업을 일컫는다.

오.폐수 정화 및 상하수도 관리,바닷물을 민물로 만드는 담수화 사업 등으로 나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