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연평균 배럴당 200달러까지 치솟으면 국내 산업계 전반의 원가부담이 15%가량 증가,기업들이 심각한 수익성 악화를 겪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또 국내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로 고꾸라지고 소비자물가는 7%를 넘는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고물가)이 현실화될 전망이다.

그러나 국제 유가가 하반기에도 계속 강세를 이어갈지에 대해서는 경제연구소들의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고유가 땐 유화업계 큰 타격


삼성경제연구소는 17일 '2008년 하반기 국제유가 전망' 보고서에서 "국제유가가 배럴당 200달러를 넘을 수 있다는 비관론이 나오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수입원유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두바이유가 연평균 200달러까지 오르면 국내 경제 전체가 파국적 상황에 몰리게 된다.

무엇보다 산업계 전반의 원가부담이 14.6%,제조업의 원가부담이 18.9% 늘어난다.

특히 업종별로는 원유나 석유제품을 원·부재료로 사용하는 석유화학업계(65.1%)와 항공·해상운임에 민감한 운수보관업(26.8%)이 가장 큰 타격을 받는다.

반면 반도체(2.7%),자동차(6.0%) 등은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

이 연구소의 이지훈 수석연구원은 "유가 상승에 따른 원가부담을 제품가격에 전가하지 못할 경우 기업의 채산성 악화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거시경제 측면에서도 부정적 효과가 뚜렷하다.

그는 "두바이유가 연평균 100달러 안팎에서 움직인다고 가정할 때 올해 경제성장률은 4.7%,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9% 정도 될 것"이라며 "하지만 유가가 200달러로 치솟으면 경제성장률은 -0.2%,소비자물가 상승률은 7.1%로 악화된다"고 지적했다.

스태그플레이션이 현실화된다는 것이다.

◆"유가 상승은 투기 탓"

연구소는 다만 올해 국제유가는 여전히 100달러 안팎으로 움직이면서 하반기로 갈수록 하향 안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현재 국제유가 상승은 수급 측면보다 상당부분 투기적 요인과 지정학적 리스크에 의존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연구원은 "모형분석 결과 작년 1월부터 올해 5월까지 국제유가 상승분 중 40.3%가 투기수요,39.7%가 중동지역 등의 지정학적 리스크 때문인 반면 수급측면 요인은 1.8%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LG경제연구원은 이날 '유가 오르는데 원유 공급은 왜 안느나'는 보고서에서 "석유 수요가 감소하지 않는 한 유가가 고공행진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최근 유가 상승의 밑바닥에는 수급불균형이 자리잡고 있으며 이는 쉽게 해소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 연구원의 이광우 선임연구원은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의 증산 능력은 이미 한계에 달했고 비(非) OPEC 국가들이 단기적으로 생산을 늘리더라도 수요 증가분을 충족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