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백화점 명품매출 39% 급증 … 지갑.가방에서 초고가 시계까지

#1.고급의류.액세서리 수입업체를 운영하는 정 모 대표(45.남)는 이달 초에 서울 청담동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에서 명품시계 브랜드인 '브레게' 제품을 2500만원에 구입했다.

몽블랑 매장에 들러선'몽블랑 솔리테어 듀에 시그넘' 만년필도 하나 샀다.

이달 말로 예정된 사교 모임에 나가기 위해서다.

정 대표는 "사업상 부유층 패션 리더들을 만날 기회가 많다"며 "예전에는 정장과 구두 벨트 등에만 신경썼는데 요즘은 시계 등 액세서리도 명품으로 제대로 갖춰야 편하게 어울릴 수 있다"고 말했다.

#2.올초 직장생활을 시작한 새내기 안미선씨(24.여)는 지난 주말 서울 시내 면세점에서 130만원짜리 '루이비통' 가방을 샀다.

안씨로선 처음 구입한 명품이다.

그는 "평소 명품 가방을 들고 다니고 싶었으나 가격이 비싸 엄두를 못냈는데 틈틈이 월급을 모아 큰 맘 먹고 하나 샀다"고 말했다.

◆경기 하강에도 끄떡없는 명품시장

경기 하강과 물가 급등으로 소비심리가 냉각되고 있지만 국내 명품 열기는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백화점의 명품 매출이 지난달 40% 가까이 급증하는 등 명품 시장은 호황을 구가하고 있다.

17일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롯데.현대.신세계 등 백화점 3사의 명품 매출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39.1% 증가했다.

지경부가 2005년 1월부터 백화점 매출 통계를 작성한 이래 가장 높다.

명품 매출은 2006년 11월(14.9%) 이후 지난달까지 19개월 연속 두 자릿수 증가율이며 특히 올 3월 이후에는 20%대 증가세다.

명품 판매 호조로 백화점 전체 매출에서 명품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5월 6%에서 지난달 9%로 높아졌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지난달에는 전년 동월에 비해 휴일이 이틀 더 많았던 데다 유로화환율 상승으로 명품 값이 올라 매출이 늘어난 면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명품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명품의 대중화+차별화

국내 명품시장 호황은 대중화와 차별화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2~3년 전부터 불기 시작한 명품 붐으로 20~30대 신규 소비층이 대폭 확대된 데다 기존 명품족들이 더욱 고급스럽고 차별화하려는 수요가 함께 커지고 있다는 것.이에 맞춰 백화점과 명품업체들이 매장을 대폭 확충하고 다양한 수입 브랜드를 들여와 명품시장이 양적.질적으로 급팽창하고 있다.

이희승 롯데백화점 해외명품팀 과장은 "명품을 처음 구매하는 고객들과 시계 보석 등 고급화되고 차별화된 명품을 구입하려는 고객들이 동시에 증가하면서 명품시장이 맥도날드와 럭셔리가 결합된 '맥럭셔리'(McLuxury)와 최상위 개념의 명품인 '위버 럭셔리'(UberLuxury) 시장으로 양분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롯데백화점의 지난달 명품 매출 가운데 의류는 20% 늘어난 반면 '명품 초보자'들이 처음 구입하는 유명 브랜드 지갑.가방.벨트 등 잡화는 50%,기존 명품족들이 주로 구입하는 초고가의 시계.보석은 65%나 급증했다.

특히 명품 영역이 넓어지면서 남성 고객이 늘고 만년필,명함지갑 등 소형 명품 매출도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송태형/장성호 기자 toughl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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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럭셔리(McLuxury):맥도날드 햄버거처럼 손쉽게 살 수 있게 된 명품의 대중화 현상을 일컫는 말로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Fortune)이 처음 사용했다.

◆위버럭셔리(UberLuxury):독일어로 '더 높은'이라는 뜻의 'uber'와 영어 'luxury'의 합성어로 백화점 업계에서 일반 명품을 뛰어 넘는 특급 명품을 부르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