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의 소송으로 만신창이 된 김해 '매리공단' 가보니

"공장을 거의 다 지었는데도 허가가 나지 않아 놀리고 있으니 분통이 터집니데이.매일 잠을 못 자 불면증까지 생겼습니더."

"이달 내에 준공 승인이 나지 않으면 보증과 대출이 연장되지 않아 부도가 날지도 몰라 정말 미칠 지경 아닙니꺼."

18일 경남 김해시 상동면 매리공단.이곳에서 만난 기업주들은 "김해시와 부산시 간 환경 소송으로 매리공단이 5년 동안이나 정식으로 공단 지정이 안 돼 업체들은 공장을 지어도 공장허가증을 받지 못해 더 이상 견딜 수가 없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현재 이곳에는 9개사가 공장을 완공했거나 완공을 앞두고 있다.

나머지 10개사도 공장 착공 준비에 들어갔지만 매리공단의 공단 지정이 지연됨에 따라 공장허가가 언제 떨어질지 몰라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업체들은 "공사를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다.이렇게 기업을 괴롭힐 수가 있느냐"며 김해시와 부산시를 성토했다.

매리공단 조성에 따른 김해시와 부산시의 송사가 대법원으로 옮겨가는 등 장기화되면서 이곳으로 이전을 추진 중인 28개 업체는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공장 이전을 계획 중인 부산시 강서구 우성산업 권삼출 대표는 "이달 내에 대출을 연장해야 하는데 공장허가증이 나오지 않아 추가대출을 신청할 수 없어 매일 은행으로부터 시달리고 있다"며 "부산시와 김해시 간 소송으로 공단 지정이 5년 동안 지연되고,이로 인해 공장 허가도 받지못해 설비를 가동하지 못하니 정말 미치겠다"고 말했다.

우 대표는 "조선산업 호황으로 2억∼3억원씩 주문이 밀려 드는데도 공장을 돌릴 수 없어 좋은 기회를 놓치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자동차부품업체인 S사 N사장은 매리지역 공장 이전이 어렵게 되자 인근의 진례면 신월리에 임대공장을 얻었다가 2005년 11월 계약기간이 끝나 다시 진례면 송현리로 이사하는 등 3번이나 공장을 옮겨다녀 경제적이나 정신적으로 만신창이가 됐다.

그는 "매리공단과 가까운 곳에는 이미 1000개의 중소기업들이 가동 중인데 유독 매리공단에서는 억대의 돈을 들여 폐수는 물론 빗물과 생활오수까지 정화처리하는 추가 시설을 갖췄는데도 공장 등록증이 나오지 않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김해시와 부산시가 다투는 동안 애꿎은 6개 업체가 부도를 내기도 했다.

김해=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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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리공단 사태란

2003년 12월 김해시 율하지역이 택지개발지구로 편입되자 시는 이곳에 있던 10개 공장을 현재의 매리공단 지역(14만8000㎡)으로 이전토록 했다.

이후 공장들은 김해시와 부산시간 분쟁에 휘말려 꼼짝도 못하고 있다.

공단 예정지가 부산의 상수원인 물금취수장 상류 2㎞ 지점에 있다는 이유로 부산시가 공단 지정 취소 소송을 낸것.

1심에선 김해시가 이겼지만 2심 재판부는 부산시의 손을 들어줬다.

두 지자체는 소송취하를 위해 공동협약안을 마련했으나 이마저 무산됐다.

작년 9월 매리공단 내 업체들에 공장허가를 내주는 대신 주변지역을 수변지역으로 묶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수변지역으로 지정되는 지역 주민들이 땅값 폭락을 이유로 반발하자 김해시가 합의안을 뒤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