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증권이 홍콩 리서치를 중심으로 글로벌 리서치 강화 움직임을 보이자 애널리스트들이 도리어 대거 이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홍콩으로 국내 애널리스트를 계속 보내고 있지만 홍콩 근무에 큰 메리트가 없는데다 일부 업종의 경우 회사측이 '파란 눈' 애널리스트를 원해 자의반 타의반 짐을 싸고 있는 것이다.

1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의 국내 리서치 센터 애널리스트(RA포함) 수는 지난 2월 49명에서 최근 23명으로 4개월 새 절반 가량 줄었다. 그나마도 각종 자료를 모으며 애널리스트를 돕는 ‘예비 애널리스트’(RA) 8명을 제외한 실제 기명 보고서를 내는 애널리스트는 15명에 불과하다.

이는 애널리스트만 59명에 이르는 한국투자증권은 물론 중소형사인 신영(26명) SK(24명) CJ(22명) 유진(21명) 메리츠(21명) 키움(19명) 등에 비해서도 크게 적은 규모다.

미래에셋의 애널리스트 수가 이 같이 감소한 것은 회사측이 홍콩 리서치를 키우는 과정에서 국내 리서치 인력을 줄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운송ㆍ조선 업종을 담당하는 류제현 애널리스트의 경우 지난해 일찌감치 홍콩 리서치로 자리를 옮겼고, 최근엔 황영진 퀀트 담당 애널리스트가 홍콩에 둥지를 텄다. 홍콩 리서치엔 이정호 상무를 중심으로 4명의 현지 인력과 3명의 국내 인력이 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홍콩차이나 리서치 애널리스트를 30명 수준까지 늘려 아시아 지역 리서치를 총 관장하는 헤드쿼터로 발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엔 일부 업종 담당 애널리스트만 남기고 투자전략과 퀀트, 철강ㆍITㆍ금융 등의 업종은 홍콩 법인이 주로 담당할 것이란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앞으로 인도를 비롯 베트남, 뉴욕, 브라질 등의 주요 거점 중심으로 운용사와 증권사를 본격 설립, 해외 리서치 조직을 강화할 예정"이라며 "서울 리서치는 그들 중 하나(One Of Them)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애널리스트들이 대거 이탈할 조짐을 보여 해외 리서치를 강화하려다 우수한 내부 인력만 유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회사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철강 업종서 수차례 '베스트'로 꼽힌 이은영 애널리스트는 올 초 홍콩 리서치 발령 이후 사직 의사를 회사측에 전달했고, 김재우 자동차 담당 애널리스트는 최근 외국계 자산운용사로 자리를 옮기기로 했다.

미래에셋 리서치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철강이나 자동차 업종 등은 글로벌 기업 분석을 많이 하는데다 해외 영업 파트와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회사측이 '파란 눈' 애널리스트를 찾고 있는 것 같다"고 추정했다.

RA들 사이에서도 동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증권사 의 한 관계자는 "RA 가운데 일부가 새롭게 꾸려진 조직서 몇 년을 더 '수련' 하느니 부서를 옮기거나 다른곳으로 가는 게 낫다는 판단에 따라 짐을 쌌거나 싸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홍콩 리서치에 보내는 애널리스트의 기준이 모호해 실제로 회사가 이들을 키울 의향이 있는지 의구심이 많다"며 "처우나 인센티브가 크게 좋은 것도 아니어서 달갑게 홍콩으로 갈 사람이 많진 않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