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어에 가르보(garbo)란 말이 있다.
고상하고 우아하다는 뜻이다.
우리에겐 미국의 여배우 그레타 가르보가 친숙한데,그녀의 이름이 와전돼 '갈보'로 발음됐다는 우스운 얘기도 있다.
아무튼 고상하다는 것은 품위나 몸가짐이 속되지 않고 우아하다는 뜻인데,얼마 전 예술의전당으로 음악회를 보러갔다가 고상함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예술의전당 같은 예술공간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모습이나 표정은 거리에서 마주치는 이들과 다르다.
공연 중간 쉬는 시간에 차 한 잔 마시려고 줄 서 있는 사람들,조용히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그들의 옷맵시나 말투는 차분하고 정겹다.
문화를 즐기는 이들을 보면서 문화인이란 말의 의미를 새삼 생각하게 된다.
경쟁도 치열하고 바쁜 세상에 고상하게 산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는 않다.
그러나 그냥 시작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가끔은 졸지언정 아내 손잡고 콘서트홀을 찾고,아이를 목마 태우고 미술관에 가서 작품을 요리조리 감상하고,부부가 오랜만에 팔짱 끼고 예술의 향기를 맡아보면 마음이 부자가 될 것이다.
이런 곳에 갈만한 사정이 못된다면 대형 서점 한구석에 편안히 주저앉아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즐기며 독서 삼매경에 빠져보는 것도 방법이다.
고상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인생을 더 멋지게 사는 방법이다.
예부터 풍류를 알아야 고상하다고 하지 않던가!풍류란 예술과 가까이 하는 것이고,예술의 깊이는 아는 만큼 보인다.
따라서 예술을 더 깊이있게 알고 느끼려면 약간의 돈과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고상함에는 아름다운 향기가 있다.
사람도 꽃처럼 향기가 있다.
계절에 따라 피는 꽃향기는 본래 타고나고,오래 맡으면 코를 마비시켜 느끼지 못하게 된다.
그러나 온화한 눈빛과 교양있는 말씨에서 풍기는 고상함은 더 은은하고 오래간다.
내면의 향기는 그 사람의 이미지를 아름답게 바꿔준다.
아트TV 대표로 취임한 이후 고상함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된다.
보통 TV를 보기 시작하면 처음 5분 정도는 재미와 신선함을 느낄 수 있지만,시간이 흐를수록 머리가 어수선해지고 생각이 없게 된다.
맘에 안 드는 사람이 나오면 헐뜯고,욕짓거리라도 해야 스트레스가 풀린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스스로의 격을 낮춰가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다행스럽게도 아트TV의 경영을 맡고 있어 행복하다.
예술가들의 삶과 연주를 보여줌으로써 시청자들에게 고상함을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좋은 책을 읽고 난 후의 잔잔한 감동과 뿌듯함 같은 느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