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신약 후보 물질을 찾았다면 다국적 제약사에 기술을 넘기는 것이 현명하다."

바이오 벤처기업과 다국적 제약사 간 '짝짓기'가 활발해지고 있다.

자금과 영업망은 있지만 신약 후보물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다국적 제약사와 쓸 만한 신약 후보물질은 갖고 있지만 이를 제품화하는 데 드는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바이오 기업과의 이해 관계가 맞아떨어진 데 따른 것이다.

이 같은 제약.바이오 산업의 글로벌 트렌드는 17일(현지시간)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세계 최대 바이오 박람회인 '바이오2008'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화이자 사노피-아벤티스 존슨&존슨 애보트 등 다국적 제약사들이 마련한 부스는 신약 후보물질 '세일즈'에 나선 세계 각국의 바이오 기업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인도의 한 바이오 기업 관계자는 "4일간 계속되는 박람회 기간 동안 다국적 제약사 20여곳을 만나기로 했다"며 "'바이오2008'은 우리 제품을 전 세계에 판매할 수 있는 최고의 장소"라고 말했다.

'거래 대상'은 대개 동물임상 또는 임상 1상실험 단계에 있는 바이오 신약후보 물질.신약이 상품화되려면 10여년에 걸쳐 임상 3상실험까지 거쳐야 하는 만큼 이 단계에서는 신약으로 개발될 확률은 10%에도 못 미친다.

바이오 기업 입장에선 수천억원이 소요되는 임상 2~3상을 직접 수행하기 보다는 로열티를 받고 다국적 제약사에 기술을 넘기는 게 위험을 줄이면서 이익을 챙길 수 있는 지름길이다.



다국적 제약사들도 기술 도입에 적극적이다.

GSK는 작년 말 바이오 기업인 온코메드로부터 항암제 관련 신약후보 물질을 도입했고,사노피-아벤티스는 레게네론이 개발 중인 항체치료 후보물질을 사들였다.

화이자와 아스트라제네카는 바이오 신약후보 물질을 다수 보유한 콜리와 메드이뮨을 지난해 각각 인수했다.

조지 푸엔테 화이자 부사장은 "바이오벤처 업체가 살아남으려면 개발 초기에 돈 많은 파트너를 만나는 게 최선의 방법"이라고 충고했다.

국내 바이오 기업들도 '바이오2008'을 자체 개발한 신약 후보물질을 판매하는 무대로 삼았다.

19개 바이오기업 및 관련 단체가 부스를 설치하고 다국적 제약사를 상대로 영업에 나섰다.

이수앱지스는 개발 중인 패혈증치료제 및 고셔병치료제 기술을 이전하기 위해 화이자 머크 등 30여개 다국적 기업과 접촉중이다.

인섹트바이오텍은 젖소의 우유 생산량을 늘려 주는 사료첨가제 공장을 말레이시아에 짓기 위해 현지 정부 관계자를 만나고,알앤엘바이오는 줄기세포를 이용한 화장품 제조기술을 글로벌 생활용품 기업에 넘기는 방안을 논의한다.

셀트리온과 한미약품은 독자 개발 중인 신약을 함께 연구할 글로벌 파트너를 물색하기 위해 행사장을 찾았다.

김지현 키움증권 수석연구위원은 "한국 바이오기업은 신약 후보물질 발굴 등 기초기술은 뛰어나지만 자금이 부족한 탓에 이를 신약으로 상품화하는 능력은 취약하다"며 "다국적 제약사들이 한국 바이오기업의 기초기술을 높이 평가하는 만큼 전략적 제휴를 통한 '국산 신약의 세계화 시대'도 머지않아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샌디에이고=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