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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여록] '상호주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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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일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북한에 대한 식량 지원을 통해 어떻게든 대화의 통로를 뚫어보고자 하지만 북한이 답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말 남북 간 합의된 옥수수 5만t 지원 협의를 위해 5월8일부터 17일 사이 대한적십자사 판문점 연락 채널을 통해 북한에 접촉을 제안했으나 북측이 한 달여가 지난 현재까지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결국 통일부가 꺼내든 다음 카드는 국제기구를 통한 지원이다.

    김호년 통일부 대변인은 17일 "세계식량계획(WFP)의 북한 식량 실태 조사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21일 조사단의 조사가 끝난 후 북한의 식량 사정이 심각하다고 판단되면 국제기구를 통한 지원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국제기구를 통한 지원이 성사되면 바로 직접 지원하는 방안을 찾아나설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그만큼 북한과의 대화에 목말라있다.

    통일부의 고민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 정책이 기본적으로 상호주의를 표방,'과거 정권처럼 퍼주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면서도 북한과의 대화 창구는 열어놓고 인도적 지원은 계속하겠다는 데 있다.

    물론 이 인도적 지원에는 강력한 조건이 붙었다.

    '북한이 먼저 요청할 경우' 이뤄진다는 것이다.

    일견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상호주의를 표방하면서 이미 틀어져버린 남북관계에서 북한이 인도적 지원 요청을 할 리 만무하다.

    북한과의 대화 창구를 다 닫아놓고 통일부가 할 수 있는 일은 WFP의 실태 조사에서 '북한의 식량 상황이 최악'이라는 결과가 나오길 기다리는 것뿐이다.

    이렇게 되면 상호주의를 고수해 체면은 지키면서 식량 지원의 명분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로선 두 마리 토끼를 다 잃을 수도 있다.

    통일연구원 관계자는 "북한이 상호주의 원칙이 통하는 상대였다면 지금까지 이토록 대북 정책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며 "이명박 정부의 북한 정책을 우선 순위부터 다시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상호주의를 지키되 북한이 요청할 경우 인도적 지원은 하라'는 합리적이지만 비현실적인 모순 앞에서 통일부는 우왕좌왕하고 있다.

    임원기 정치부 기자 wonk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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