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장맛비가 내리던 18일 오후 서울시청 앞 광장.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뜨겁던 촛불의 열기는 온데간데 없고 찢어진 천막만이 비바람에 나부끼고 있었다.

천막 옆에는 음식찌꺼기 등 쓰레기와 천막지지대 등이 아무렇게나 널려져 있었다.

쓰레기 썩는 냄새가 진동해 지나는 시민들이 인상을 찌푸렸다.

대낮부터 술판을 벌이는 사람도 있었다.

이날도 술에 취한 한 행인이 시청을 향해 욕설을 퍼붓고 있었다.

마치 난민촌을 연상케 했다.

'72시간 연속 촛불집회' 당시 설치됐던 불법 천막 중 노조와 학생회 천막 20여개가 철거되지 않은 채 그대로 남아 시청 앞 흉물로 변해가고 있었다.

시청 앞 광장을 자주 지난다는 직장인 김유진씨(26)는 "러닝셔츠 바람으로 도심 한복판에서 자고 있는 아저씨들을 보면 민망하다"며 "도대체 이렇게까지 하면서 집회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상황이 이런데도 서울시는 거의 손을 놓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천막이) 사용허가를 받지 않고 무단 점거하고 있는 것은 맞다"며 "하지만 강제 철거할 수 있는 물리력은 없다"고 말했다.

이미 시청 잔디밭은 한 달 이상 계속된 촛불집회로 모두 망가진 상태다.

광장 곳곳에는 검붉은 바닥이 흉물스럽게 얼굴을 들이밀고 있다.

서울광장은 시민들의 세금 40억원을 들여 시민 휴식공간으로 조성됐다.

이재철 기자 eesang6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