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완공된 서울 마포구 상암동 난지골프장이 정식 개장 한 번 못하고 가족공원으로 바뀌게 됐다.

땅 소유주인 서울시와 시설소유주인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용도 변경을 두고 4년여간 줄다리기를 벌이다 결국 가족공원으로 귀착됐다.

이 같은 용도변경 과정은 우리나라 공무원과 공공기관 종사자들의 고질적인 병폐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무엇보다 국민보다 윗사람 눈치만 살피는 게 그렇다.

서울시는 2000년 노을공원을 퍼블릭 골프장으로 조성키로 했다.

그러나 골프장이 완공돼갈 무렵인 2004년 서울시의 입장이 갑자기 바뀌었다.

공원화 공약을 내걸었던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당선되자마자 공약대로 공원 전환을 선언해버렸다.

그러면서 소수가 이용하는 골프장보다는 다수가 이용할 수 있는 공원이 낫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공무원들은 신임 시장의 방침에 부합하는 논리 개발에만 열중했다.

국민체육진흥공단도 마찬가지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은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까지만 해도 골프장 유지 입장을 고수했다.

고등법원 소송까지도 이겨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지난해 말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을 전후해 갑자기 방향을 선회했다.

대통령 눈치보기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 말을 믿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국민 혈세 낭비에 무감각한 것도 문제다.

서울시가 이번 용도변경으로 지출해야 하는 돈은 무려 225억원에 달한다.

골프장을 조성하고 유지한 국민체육진흥공단에 보상해야 하는 돈이 185억원,추가로 가족공원으로 변경하는 데 드는 비용이 40억원이다.

이 돈은 물론 국민들이 내는 혈세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이런 상황에 대해서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금싸라기 같은 시민의 휴식공간을 몇 년씩 사용하지 못하게 해놓고도,혈세를 대거 낭비해 놓고도 누구하나 책임지겠다고 나서는 사람은 없다.

거꾸로 시민들이 그동안 무료로 골프장을 이용했으니 땅을 그냥 놀린 것은 아니라는 궁색한 변명만 늘어놓고 있다.

해볼 거 다 해보고 돈 쓰고 싶은 대로 다 써보고 하는 행정이라면 누군들 못하겠는가.

조성근 사회부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