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우 금융위장 "우리금융 매각 내년 착수"
금융위원회가 산업은행뿐 아니라 우리금융 기업은행 등 정부 소유 은행의 민영화 일정을 구체적으로 내놨다.

촛불집회 탓에 정부와 한나라당이 공기업 민영화를 후순위 정책 과제로 돌렸지만 정부 소유 은행의 경우엔 지체 없이 민영화를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어서 주목된다.

국민 하나 신한 등 시중은행들은 정부 소유 은행의 민영화로 외환위기 직후 은행 통폐합에 버금가는 '2차 빅뱅'이 벌어질 것이란 판단 아래 인수.합병(M&A) 전략을 전면 재점검하는 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내년부터 우리금융 매각 착수"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18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 강연에서 "정부가 보유한 우리금융 지분 가운데 소수 지분의 매각을 우선 추진하고 2009년부터 금융시장 여건을 봐 가며 지배지분의 매각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우리금융의 최대주주는 예금보험공사(지분율 73%)로 예보는 하반기 중 경영권과 관련이 없는 23%를 블록세일 등의 방식으로 파는 방안을 강구 중이다.

나머지 50%는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차원에서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고 전략적 투자자에게 넘긴다는 방침이며 매각 착수 시점은 내년부터로 정했다.

전 위원장은 기업은행 민영화와 관련,"올해부터 2010년까지 정부가 갖고 있는 기업은행 지분 중 소수 지분을 매각하겠다"고 말했다.

기업은행 지분은 정부가 51%를 갖고 있으며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각각 12.53%와 3.21%를 보유하고 있다.

정부는 이 가운데 산은과 수은 지분을 합친 지분율 15.74%만큼을 정부 지분에서 2010년까지 처분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경영권과 관련된 51%(산은 및 수은 지분 포함)의 처리에 대해선 올 연말까지 방향을 정하기로 했다.

산업은행 민영화 일정은 올 연말까지 산은을 산은지주와 정책금융기관인 한국개발펀드(KDF)로 분할한 뒤,2010년까지 산은지주 49%를 팔고 나머지 51%는 2012년까지 매각키로 했다.


◆시중은행 우리.기업에 군침


현재 M&A 의지를 가장 불태우고 있는 곳은 세금 문제를 털어버린 하나금융.김정태 하나은행장은 "향후 5년 내 선두 은행의 자산 규모는 500조원 정도가 될 것"이라며 "자체적인 성장을 통해 자산을 키울 수도 있겠지만 한계가 있는 만큼 기회가 되면 M&A에 적극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금융은 일단 우리금융을 인수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지만 HSBC가 외환은행 인수를 포기할 경우 외환은행 인수에도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강정원 국민은행장은 "국민은행과 결합 시너지가 가장 큰 것으로 보고 있는 외환은행 인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외환은행 인수가 여의치 않을 경우 기업은행을 2순위로 꼽고 있다.

신상훈 신한은행장은 추가 인수합병과 관련, "지주사 중심으로 그룹 내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신한금융지주는 사업영역상 중복이 심한 우리금융보다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에 대해 더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하지만 우리금융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도 금융재편 과정에서 수동적인 역할에 머물지만은 않겠다는 각오다.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은 "금융권 재편 과정에서 우리금융이 주도적 역할을 맡겠다"고 말했다.

연기금을 대주주로 받아들이고 오히려 하나금융이나 기업은행 등을 인수해 독립경영을 추진하겠다는 의도로 금융계는 풀이하고 있다.

민유성 산업은행장은 "민영화 과정에서 수신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M&A를 다각도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박준동/김현석/정인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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