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인생] 글쓰는건 삐뚤빼뚤, 책 읽을땐 어리바리, 우리아이도 난독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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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지양(10)은 또래들과의 관계가 좋지 않고 글씨를 거꾸로 읽거나 빠뜨리고 읽고 보고 베끼는 것을 힘들어하는 아이였다.
성격은 느긋하고 감정표현이 미숙하며 경쟁심도 없는 편이다. 이런 아이가 맞춤형 학습장애 치료를 받자 7개월 후에는 남의 이야기를 빨리 알아듣고 자기 할일을 미루지 않으며 자기 표현을 잘하고 눈물도 흘릴 줄 아는 감성적인 아이로 변해갔다.
이젠 글씨 쓰기도 많이 정확해졌고 책읽는 속도가 빨라졌으며 반응속도도 개선됐다.
김철수군(12)은 만6세 이전까지 이렇다할 학습을 하지 않았다. 학교에 들어가선 집중력이 떨어졌고 영어 수업시간에는 b와 d를 구별하지 못할 정도로 둔감했다. 책읽기를 싫어하고 독서 속도가 느리며 아버지를 닮아 연산 문제 푸는 것을 버거워했다.
김군도 학습장애 치료를 받고 6개월이 지난 지금은 문제를 읽을 줄도 알고 연산할때 실수가 있긴 하나 두뇌 회전능력이 한결 좋아졌다. 소설책을 많이 읽고 말이 많아 지는 등 예전보다 활기에 넘쳐 있다.
최근 듣기 말하기 읽기 등의 언어능력 향상을 통해 학습장애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많이 시도되고 있다.
1990년대 초반부터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최근 약물치료가 보편화됐듯이 6년여 전부터는 난독증(難讀症)을 고침으로써 학습장애와 대인관계의 문제점을 개선하려는 치료가 관심을 끌고 있다.
난독증이란 지능은 정상이지만 글씨를 읽거나 쓰고 산술을 하고 동작으로 자신의 내면을 표현하는데 어려움을 보이는 상태를 말한다.
교육을 받지 못해 글자를 읽지 못하는 문맹이나 지능지수가 70 이하여서 학습과 일상생활에 지장을 겪는 정신지체와는 다르다.
증상의 경중에 큰 차이가 있으나 통상 20%의 어린이에게서 나타나는 것으로 연구돼 있다.
지능에 문제가 없는데 말이 늦거나, 아버지는 변호사이고 어머니가 의사인데 자녀가 밑바닥에서 길 정도로 공부를 못한다면 이는 언어를 관장하는 좌뇌의 기능이 약하거나 공부하는 과정을 터득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를 유발하는 가장 큰 원인은 난독증이며 이는 증상이 매우 다양하므로 전문가에 맡겨 치료하는 게 좋다.
사람의 좌측 뇌는 언어와 논리,우측 뇌는 직관과 공간지각능력을 담당한다.
그런데 학교에서의 학습과정과 평가는 좌뇌 위주로 이뤄져 있다.
난독증은 주로 좌측 뇌의 발달이 미진하고 우측 뇌가 편중되게 발달한 아이에게서 나타난다.
이에 따라 난독증 어린이는 산만하기 쉽고 초등학교 입학 때부터 또래아이보다 1∼2년씩 학습성취도가 늦다보니 이것이 누적돼 평생 열등생으로 남을 우려가 있다.
하지만 무조건 걱정할 일은 아니다.
예컨대 다빈치 아인슈타인 처칠 등도 어린 시절에는 유급을 할 정도로 좌측 뇌의 발달이 더뎌 언어표현이 미진했으나 커서는 우측 뇌를 활용해 사물을 통찰하는 능력을 갖춤으로써 인류 역사에 위대한 업적을 남겼다.
박형배 브레인러닝 사장(정신과 전문의)은 "부모가 보기에 분명 운동감각도 있고 어떤 분야에 특기도 있는데 공부를 못한다면 좌뇌의 문제"라며 "예컨대 우뇌가 발달한 아이는 직관력 통찰력 상상력 공간지각능력 등이 풍부해 그림책을 봐도 그림 밑에 뭐가 있는지 살펴볼 정도의 호기심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난독증의 원인은 언어적인 것(발음 철자 독해 등)과 비언어적인 것(시각 청각 뇌신경계의 기능 미흡)으로 나뉜다"며 "그에 적합한 맞춤치료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서는 언어적 난독증에 대한 치료법이 한글화되지 않아 현재는 영어 난독증 치료 프로그램만 있다. 예컨대 b와 d, b와 p등의 발음을 구분하고 철자를 정확하게 쓰는 데는 'Lexia' 프로그램, 독해 및 회화 속도를 올리는데는 'Fast for Word' 프로그램이 활용된다.
비언어적인 문제의 난독증은 뇌파훈련의 일종인 뉴로피드백과 청각교정(토마티스 방법에 의한 LiFT 프로그램),시각교정(VISION 훈련 프로그램),감각ㆍ운동통합능력의 향상(Interactive Metronome 프로그램)을 위한 맞춤형 치료프로그램으로 개선할 수 있다.
뉴로피드백은 동영상을 보면서 어떤 사고의 패턴을 가질 때 학습시 집중력과 각성을 촉진하는 베타파가 나오게 되는지 스스로 터득케 하는 요법이다.
나머지 맞춤 프로그램은 어린이가 모니터를 보면서 반응토록 훈련함으로써 난독증이 개선되도록 유도한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