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푸 팬더', '갓파 쿠와 여름방학','스페이스 침스 등'

회사원 송모(34)씨는 지난 토요일 오후 친구와 함께 서울 용산 CGV에 '쿵푸 팬더'를 보러 갔다가 깜짝 놀랐다.

애니메이션이 영화라 어린 자녀를 데려온 가족 관객이 많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상영관을 채운 것은 대부분 어른이었던 것.
이 영화관 로비에 전시돼 있는 '쿵푸 팬더' 주인공 포의 대형 조형물 앞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연출됐다.

포가 발차기하는 모양의 귀여운 조형물 앞에 멈춰서 디지털 카메라를 꺼내드는 관객은 대부분 20대로 보이는 '젊은' 어른들이었다.

애니메이션 영화는 주로 어린이와 가족 관객을 타깃으로 여름방학 시즌에 개봉해왔으나 올해는 20~30대 젊은 성인 관객의 사랑을 받을 만한 애니메이션들이 새로운 물결을 이루고 있다.

◇어른이 더 좋아하는 '쿵푸 팬더'

'쿵푸 팬더'는 한국 관객에게 친숙한 그림체와 귀엽게 묘사된 다양한 동물 캐릭터들, 생기 넘치는 액션, 자신의 잠재력을 깨우라는 철학적 메시지로 개봉한 지 열흘 만에 200만 관객을 모았다.

20~30대 관객을 대거 극장으로 끌어들이면서 국내에서 새로운 애니메이션 흥행기록을 남겼던 '슈렉' 시리즈와 비슷한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것.
'쿵푸 팬더' 흥행 바람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어린이에게나 어울리는 것으로 인식돼온 문화를 나이에 관계없이 즐기는 어른들, 즉 '키덜트족'이다.

이들이 '쿵푸 팬더' 등 애니메이션 영화에 호응하는 이유는 상상력 풍부한 소재와 아기자기한 캐릭터, 유쾌한 줄거리로 오락성 면에서 만족감을 안기는 동시에 탄탄한 구성과 철학적인 메시지로 '유치하기만 한 아동물'이라는 인식을 없애주기 때문이다.

'쿵푸 팬더'의 스토리 총책임자 제니퍼 여 넬슨 씨는 최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특정 연령대의 관객을 겨냥하기에 앞서 우선 우리 드림웍스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을 만든다"며 "드림웍스에는 어른이지만 아직 장난감을 좋아하는 괴짜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속속 개봉할 '웰메이드' 애니메이션

앞으로 개봉할 영화들도 '쿵푸 팬더' 못지 않은 어른스러운 구성으로 국내 극장가를 공략할 채비를 갖췄다.

먼저 26일 개봉하는 일본 애니메이션 '갓파 쿠와 여름방학'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들이 연상될 만큼 우화적인 내용과 현대문명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돋보이는 수작이다.

신비로운 존재와 어린이의 교감을 다루는 줄거리를 넘어서 환경 파괴와 옐로 저널리즘, 집단 따돌림까지 사회적 이슈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7월 17일 개봉하는 '스페이스 침스:우주선을 찾아서'는 침팬지 요원들이 사라진 우주선을 찾기 위해 펼치는 모험담으로 '슈렉'의 프로듀서 존 H. 윌리엄스와 코믹 SF 블록버스터의 대표작 '맨 인 블랙'의 베리 소넨필드 감독이 손잡은 작품이다.

여기에 요즘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가수 MC몽과 코미디언 신봉선이 국내 더빙판에서 목소리 연기를 맡았다.

드림웍스와 더불어 미국 애니메이션의 강자인 디즈니 픽사가 7월 31일 내놓을 '월ㆍE'는 먼 미래의 우주를 배경으로 인류가 떠난 지구에서 홀로 700년간 살아온 로봇이 펼치는 모험과 사랑을 그려 SF 색채가 짙은 작품이다.

주인공인 낡은 로봇은 사실적으로 묘사된 동시에 동심을 자극할 만큼 귀엽고 애플의 아이팟을 모델로 한 여자 로봇은 20~30대 관객이 좋아할 만큼 세련되게 그려졌다.

배급사 한국소니픽쳐스릴리징브에나비스타영화의 석송자 과장은 "남성 관객이 좋아하는 로봇 캐릭터에 여성 관객이 좋아하는 로맨스가 함께 담겼다"며 "재미와 감동이 있는 동시에 무성영화 같은 옛날 영화의 느낌까지 나기 때문에 남녀노소 좋아할 만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cheror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