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화재를 두고 펼쳐지고 있는 한화그룹과 메리츠금융그룹간 인수전이 새로운 국면에 돌입할 전망이다.

KB자산운용이 보유하고 있던 제일화재의 지분을 한화측 우호세력에 넘긴 것으로 파악되고 있기 때문.

이에 따라 메리츠금융그룹이 제일화재를 인수하기 위해서는 '공개매수'라는 마지막 카드를 꺼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19일 KB자산운용 등 관련업계에 따르면 KB자산운용은 지난 16일 시간외 대량매매를 통해 제일화재의 보유지분 130여만주(지분율 4.85%) 중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을 매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각대상은 화인파트너스. 화인파트너스는 선캐피탈과 화인캐피탈과의 합병회사로, 한화쪽 우호세력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KB자산운용 관계자는 "보유지분 전량을 매각한 것은 아니며 정확한 매도 물량은 내달 첫째주 공시를 통해 공개할 예정"이라며 "이번 처분 결정은 경영권 쟁탈전과는 전혀 관계없이 펀드운용 수익을 거두기 위한 것"이라며 매각대상을 함구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는 "한화그룹 우호세력으로 파악되며, 1주당 1만8000원에 매각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KB자산운용의 보유지분을 확보하지 못한 메리츠화재는 앞으로 공개매수를 포함한 다각적인 방법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만약 KB자산운용측 지분이 한화그룹 쪽으로 넘어갔다고 해도 제일화재 인수를 포기할 이유는 없다"며 "오는 27일 금융감독위원회의 대주주변경 승인결정 여부를 지켜보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제일화재 대주주가 되는데 결격사유는 없다고 판단하고 있어 금감위의 결정을 지켜본 뒤 이달중 이사회 등을 거쳐 공개매수 등 다각적인 인수절차를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증시전문가들도 벼랑끝으로 몰린 메리츠화재의 선택은 '공개매수 선언' 밖에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인수합병(M&A) 전개 상황상 현시점에서는 메리츠화재의 공개매수 가능성이 점차 커질 수 있는 시점으로 판단된다"며 "오는 27일 금감위 결정을 지켜봐야 하겠지만 개연성은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메리츠화재는 지난 11일 한화그룹이 제일화재의 경영권 인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발생된 보험업법 위반 등 몇 가지 논란에 대해 금융위원회에 유권해석을 해 줄 것을 공식 질의하고 나선 상태다.

한화그룹은 지난 12일 이광훈(57) 전 한화손해보험 전무를 제일화재 부사장으로, 윤기석(50) 전 대한생명 상무보를 상무로 선임하는 등 본격적인 접수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