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기 < 숭실대 교수·언론홍보학 >

프랑스의 칸에서는 지금 제55회 국제광고페스티벌이 한창이다.

세계 85개국에서 1만2000명의 광고인이 모여 "위대한 아이디어 앞에서는 누구나 왜소함을 느끼게 된다(Big ideas make anyone feel small)"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올해 칸에서는 공익광고가 더욱 중시되고 있다.

대회장 메인홀 로비에서는 '선(善)전람회(Gallery of Good)'가 개최되고 있으며,별관에서는 ACT 엑스포가 열리고 있다.

'선 전람회'는 "광고는 단순한 상업적인 도구를 넘어,지구와 인류의 과제를 해결해 나가는 숭고한 목적을 추구한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지구온난화,앰네스티 등의 공익광고를 전시하고 있다.

ACT 엑스포는 '광고계 모두(Advertising Community Together)'가 지속가능한 발전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다하자는 차원에서 평등과 연대의식,영유아 보호,해양 보호,에너지 절약,지구온난화 등 '사회 및 환경 광고'들을 전시ㆍ상영하고 있다.

페스티벌의 시상 카테고리에도 '상업적 공공 서비스'부문과 '자선,공중보건 및 안전,공지'부문이 있어 스웨덴 국방부,일본 공공광고기구,미국 광고협의회,앰네스티,적십자,그린피스,WWF(세계야생동물보호재단) 등의 공공성 있는 작품들이 본선에 올라 있다.

칸 페스티벌을 주관하는 테리 새비지 회장을 만났더니 "최근 몇 년째 '공익' 혹은 '사회적 책임' 광고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면서 "이제 광고는 '빅 아이디어'를 넘어 사회문제 해결의 길도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칸에서 마주치는 전 세계적 공공캠페인 강화 현상은 최근 우리 사회를 휩쓸고 있는 쇠고기 파동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 공익광고협의회가 1년에 제작하는 캠페인은 불과 여섯 개에 지나지 않는다.

일본 공공광고기구가 1년에 20편 내외,미국 광고협의회(AC)가 50편 정도를 제작하는 것에 비춰보면 매우 적은 편이다.

게다가 이 두 기구의 공익광고는 두 나라 전체 공익광고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크고 작은 각종 단체들,그리고 기업들의 캠페인이 훨씬 많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이렇게 공익광고의 역할이 점점 커지고 있지만,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여러 가지 이유로 공익광고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것은 우리나라의 사회문제가 적기 때문일까.

아니다.

벌써 한 달을 훌쩍 넘겨 계속되고 있는 촛불시위에서 정부는 국민과의 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절실히 깨달았다.

기업은 신뢰성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

국민은 갈등과 반목으로 상처받고 있다.

그러니 답은 나와 있다.

문제는 '소통'에 이르는 길이다.

어떤 정책이나 경영철학을 국민과 함께하며 추진해 나가려면 먼저 '프로보노(pro bono publico)',즉 공익을 위한다는 원칙과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한다.

관계 형성의 기본인 내성외경(內誠外敬),안으로는 참되고 밖으로는 공경하는 마음가짐으로 소통해야 한다.

진정성을 갖추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다가갈 때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

공익광고는 바로 그 '공공의 장'에서 구성원 간 공감과 이해의 폭을 넓혀나가기 위한 구체적 방안이다.

사이버 윤리,네티켓 등을 테마로 마이크로소프트가 펼치고 있는 'e-responsible(인터넷 책임)' 캠페인을 우리도 전개해야 한다.

지구온난화,에너지절약,암예방,질병퇴치,장기기증,교통안전,관용의 정신,차별 철폐,집단괴롭히기,음주운전,금연,기초질서지키기,건강진단,불우이웃돕기,고령화 등 우리 앞에 놓인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정교하고도 지속적인 공공캠페인의 확충이 이를 해결할 실마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