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만 편안하게 살려고 하지말고 겸손하라.입씨름을 삼가라.많은 사람의 뜻을 존중해주라.규칙을 잘 지키고 특권의식을 갖지 말라.진리에 대해 항상 바른 견해를 가져라.이익을 균등하게 나눠라."

불교계에서 '비구니계의 산 역사'로 불리는 광우 스님(83.전 전국비구니회장)은 사람들과 잘 지내려면 이 여섯 가지 육화(六和)정신을 잘 실천하라고 강조한다.

출가 70년을 맞아 최근 자신의 삶과 생각 등을 담아 낸 대담집 ≪부처님 법대로 살아라≫(조계종출판사)에서 그는 이런 삶의 지혜를 전하면서 "내가 먼저 낮추고 양보하는 것 뿐 다른 방법이 없다"고 했다.

최정희 전 현대불교 편집국장이 광우 스님과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한 이 책에는 경북 상주 남장사 조실이었던 아버지 혜봉(1874~1956년) 선사의 영향으로 15세에 직지사로 출가한 이후 비구니로선 처음으로 4년제 정규대학인 동국대 불교학과에 입학하고,남자옷 차림으로 대학을 다닌 일 등 다양한 일화가 담겨 있다.

"학교공부보다 절 공부가 더 좋았어요.

보통학교 성적은 좋지 못했지만 천수경은 별도로 외우지 않고도 절에 있는 행자가 하는 것을 흉내내다 이틀 만에 외웠고요.

남장사 관음강원에서 3년간 공부할 땐 일제 말기가 되자 비구니 스님들이 정신대로 끌려갈까봐 일부러 혼인을 시켜 환속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결국 강원 학인들이 뿔뿔이 흩어지고 혼자 남아 공부했던 기억이 납니다."

동국대에 다닐 땐 승복을 입지 않고 물들인 군복 등 남자옷을 입고 생활했는데,비구니인줄 모르는 다른 과 여학생들이 '관심'을 표시한 일도 있었다고 한다.

광우 스님은 1966년 서울 삼선동에 정각사를 창건해 일요법회,어린이법회,중고생법회 등을 운영하며 도심포교의 새 장을 열었고,시주금은 공부하는 학생과 젊은 스님들 장학금으로 털어넣었다.

소르본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호진 스님,옥스퍼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미산 스님 등 학승과 불교학자 가운데도 그의 도움을 받은 이가 수두룩하다.

그러면서도 정작 정각사는 초라하다.

낡은 건물에 살림살이도 대부분 40∼50년 된 '골동품'급들이라고 제자인 정목 스님(불교방송 '마음으로 듣는 음악' 진행자)은 전한다.

제자들이 이 책의 출판기념회를 서울 시내 호텔에서 열려고 하자 "다들 어려운데 중이 뭐 한 일 있다고 그러느냐"며 극구 만류해 결국 없던 일로 됐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