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힘없이 무너지고 있다.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이 동반 매도에 나서면서 매수세가 실종돼 거래대금이 급격히 줄고 있다.

고유가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에다 주요 국가의 주가 하락세 등이 시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인플레이션 공포가 어느 정도 해소돼야 시장이 활력을 되찾아 주가도 박스권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외국인 현물·선물 대량 매도

19일 코스피지수는 1740.72로 33.41포인트(1.88%) 떨어졌다.

유가 급등으로 인한 뉴욕 증시의 하락과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의 동반 약세가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특히 외국인의 매물 공세가 장세를 크게 위축시켰다.

이날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2596억원,선물시장에서 5872억원(5240계약)을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5월에 유가증권시장에서 9219억원어치를 순매수했지만 이달 들어서는 2조9461억원어치를 순매도한 상태다.

기관들도 '팔자'에 가세해 654억원의 매도 우위를 보였다.

이날 프로그램 매매에서만 2483억원어치의 순매도 물량이 쏟아져 나왔다.

이윤학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현물·선물 동반 매도에 나선 것은 그만큼 시장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단기간에 매수세로 돌아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로 매수세가 취약해져 시장의 에너지도 바닥 수준으로 떨어졌다.

거래대금은 지난달엔 하루 평균 6조원에 육박했지만 이달 들어서는 4조원대로 급격히 줄었다.

이날 거래대금은 4조7281억원에 그쳤다.

조윤남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매수세가 살아나 시장이 다시 기력을 찾으려면 대외적으로 고유가 진정,미국경제 회복 등의 여건 변화가 선행돼야 할 것"으로 지적했다.

◆서머랠리 기대 어려워져

전문가들은 주가가 단시일 내에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윤세욱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세계적으로 경기가 둔화된 상황에서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커지고 있어 글로벌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속 물가상승) 국면으로 접어드는 양상"이라며 "주가 추가 조정도 염두에 둬야 할 시기"라고 분석했다.

조 팀장도 "펀드 자금의 환매와 외국인의 매도세 등을 감안할 때 주가 회복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여름철을 지나 9월 정도에나 상승 추세로의 전환 등을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 주요 기업들의 이익 증가세가 유지되고 있는 만큼 하반기 실적 개선이 예상되는 수출주 등을 중심으로 지금 매수에 나서는 게 좋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 연구위원은 "실질금리가 마이너스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머니마켓펀드(MMF)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 증시 주변 자금으로 볼 수 있는 대기자금이 늘어났다"며 "반도체 자동차 등은 오히려 지금이 저가 매수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