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 추가 협상을 벌이고 있는 한국과 미국이 '30개월 이상 쇠고기는 수출,수입하지 않도록 보장한다'는 원칙에 합의하고 막판 기술적 협의에 들어갔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과 수전 슈워브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19일 오전 8시(한국시간 19일 오후 9시)부터 속개된 5차 장관급회담에서 30개월령 이상 쇠고기 수출금지에 대한 구체적인 보장 방법,자율규제를 어긴 수출업자에 대한 제재 방안 등 기술적인 문제를 놓고 막판 조율작업을 벌였다.

김 본부장은 18일 오후 열린 4차 회담 직후 "원칙에 합의를 봤느냐"는 질문에 "상당히 협조적이었다.기술적 문제를 협의해야 한다"고 말해 협상이 타결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시사했다.

그레첸 하멜 USTR 부대변인도 "솔직하게 많은 정보를 교환했고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5차 회담에서는 기술적 문제가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통상 협상에서 '기술적 문제'란 큰 틀의 합의 사항에 대한 구체적인 실천 방법을 말한다.

일단 양측은 네 차례의 장관급회담과 실무자 간 협의를 통해 '30개월 이상 쇠고기는 안 보내고,안 받는다'는 큰 원칙에는 합의했다.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기술적 문제는 국제 통상규범과 상충되지 않는 방식으로 30개월 이상 쇠고기의 수출,수입을 막을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장치'를 만들어 낼 수 있느냐다.

문제는 이 같은 장치를 마련하는 데 양측이 좀처럼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 '수출증명(EV) 프로그램'으로 민간업계의 자율규제를 미국 정부 차원에서 실효적으로 보장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EV 프로그램 시행 기간도 최대한 길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30개월 이상 쇠고기 반입시 검역주권 발동에 대해서도 미국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도록 압박하고 있다.

미국은 그러나 완전한 EV 프로그램 도입에 여전히 부정적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민간 자율규제에 대한 정부의 간섭을 금지한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위배된다는 논리다.

이에 따라 미국은 정부 개입의 흔적 없이 이 같은 보장조치를 실효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대안을 포함한 수정안을 한국에 전달했고,이를 토대로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30개월 미만 월령표시 기간을 1년 이상 적용하는 데도 난색을 표시했다.

만약 양측이 5차 회담에서 민간 자율규제에 대한 실효적인 보장 방법,자율규제를 어긴 수출업체의 제재 방안 등에 대한 해법을 찾는다면 협상이 급물살을 탈 수 있다.

그렇지 못할 경우 '원칙'에만 합의한 채 기술적 협의를 지루하게 벌여야 하는 상황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