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19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한경밀레니엄포럼에서 "주택업체들이 아파트를 잔뜩 지어놓고 문제가 되니까 정부에 해결해달라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미분양주택 해소를 위한 건설사의 자구노력을 촉구했다.


정 장관은 "업체들이 분양가상한제를 피하려고 분양물량을 앞당겨 쏟아냈다"며 "경제가 어려워 집이 안 팔리면 집값을 내리는 게 경제논리에 맞다"고 강조했다.

특히 분양가상한제는 폐지ㆍ보완할 계획이 없으며 추가적인 미분양대책도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삼현 숭실대 법대 교수=차주(사업자)들로 구성된 화물연대는 단체행동권이 없는데도 불법파업을 하고 있다.

엄정한 법 집행이 필요하다.

민영화되는 공기업이 혁신도시 등 지방으로 옮길 수 있을지 궁금하다.

▷정 장관=화물연대 파업의 근본적인 문제는 화물운송 시장의 파행적인 다단계 알선 구조에 있다.

강력한 의지를 갖고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

지방에 공공기관을 옮긴다고 도시기능을 발휘하겠느냐는 문제제기를 "혁신도시는 물건너갔다"는 식으로 받아들이면 곤란하다.

지방자치단체도 공기업을 유치할 수 있는 방안을 스스로 고민해야 한다.

▷박원암 홍익대 경영대 교수=공공건설 사업 효율화를 통해 예산을 10% 절감할 수 있다고 얘기했는데 실제 가능한가.

또 공기업의 혁신도시 이전 방안을 먼저 마련한 뒤 민영화를 추진하면 안되나.

▷정 장관=공공건설 사업은 계획단계에서 엉터리도 많고,불필요한 설계 변경이 자주 이뤄지는 등 낭비 요인이 너무 많다.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면 예산을 10% 아낄 수 있다.

공기업 개혁은 국민들이 많이 걱정하는 부분으로 정부 입장에서는 꼭 넘어야 할 산이다.

민영화 등 공기업 개혁안이 먼저 나오고 혁신도시 대책을 세우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정필훈 서울대 치과대학장=헝가리에는 '임플란트 도시'가 있다.

인구 5만명이 모두 치과의사인데 유럽 전역에서 환자가 몰려온다.

국내에 임플란트나 얼굴성형을 전문적으로 하는 '임플란트 성형 실버도시'를 만들면 어떻겠나.

▷정 장관=구체적이고 현실적인 프로젝트를 만들어오면 적극 지원하겠다.

▷강정호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시스템에 의한 행정업무 체계를 만들어 지방에 권한을 주되 책임도 묻겠다고 했는데 구체적인 방안을 말해달라.일본에서는 하루종일 일한 뒤 5~6시간 걸려 출퇴근하는 직장인을 '비건강인'이라고 부른다.

도심과 가까운 역세권 등을 집중적으로 개발해야 하지 않나.

▷정 장관=관료들이 책상에 앉아 머리만 굴려서는 안된다. 컨설팅 등을 통해 좋은 가이드라인을 만든 뒤 시ㆍ도가 집행하도록 할 것이다.

지자체에 권한도 많이 넘길 것이다.

개인적으로 경기도 산본에 살다가 서울로 이사해보니 출퇴근이 무척 편하더라.필요한 곳에 집을 짓는 쪽으로 정책의 초점을 맞추겠다.

▷안경태 삼일회계법인 대표=대도시 교통난을 완화하기 위해 기존 도로를 효율화하겠다고 말했는데 도로 신설이나 확장에 대한 언급이 없다.

물류나 교통량 증가 추이를 감안하면 교통난 문제는 대도시뿐 아니라 전국적인 문제다.

▷정 장관=도로 신설 등 교통정책은 균형감각을 갖는 게 중요하다.

수요를 예상하고 도로 철도 항만 등을 어떤 식으로 역할분담시킬지가 중요하다.

고속도로를 멋지게 지어놓고 바로 옆에 국도를 확장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대한민국 전체에 아트팔트를 깔아도 차는 계속 늘어나고 막힐 수 밖에 없다.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장=우리 국토 기본계획은 산업화 초기 시절 만들어졌는데 지금은 선진국 진입이 눈앞에 와있다.

국토활용계획을 개편할 계획은 없나.

또 토지공사와 주택공사 통합에 대한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국토부 입장은 무엇인가.

▷정 장관=우리 국토에 대한 규제가 너무 촘촘하다.

지구로 지정된 곳만 400개다.

내땅이 어느 지구인지 아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다.

이런 규제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작업을 이미 시작했다.

보존할 곳은 보존하고 이용할 수 있는 곳은 쉽게 쓸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주공과 토공은 우선 중복되는 부분과 군살을 빼는 게 중요하다.

그 다음 둘로 나누는게 좋은지,합치는 게 좋은지 차분하게 검토하겠다.

▷김정남 성균관대 경영대 교수=우리는 역사상 가장 빠르게 변하는 세상을 살고 있다.

최근 국민과 정부의 소통이 문제가 되고 있는데 국민이 갖고 싶어하는 주택과 도로 등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정 장관=국민의 뜻을 정확하게 반영할 수 있는 의견수렴 시스템을 만드는 방안을 생각 중이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