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9월 입학제' 탄력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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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관인 부모님 때문에 미국에서 중ㆍ고교를 나온 김모양(19)은 올해 연세대 언더우드국제학부와 미국의 UC버클리대에 동시에 합격했지만 고민 끝에 '한국행'을 포기했다.
100% 영어강의에 장학금 혜택도 많고 한국기업 취직이 잘되는 점 때문에 언더우드국제학부가 끌리긴 했지만 새 학기가 시작되는 내년 3월까지 기다리려면 6개월 넘는 시간을 허비해야 하는게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는 "주변 친구들 중에서도 3월에만 입학 가능한 한국의 학년제 때문에 '귀환'을 포기하는 경우를 여럿 봤다"고 말했다.
한국의 '3월 학년제'가 국내 대학의 글로벌 경쟁력을 저해하는 요소로 지목되면서 이를 바꾸려는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다.
한국처럼 4월 봄에 학기를 시작했던 일본도 최근 입학시기를 완전 자율화하기로 결정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대학자율화를 위해 9월에 입학이 가능하도록 법안 개정을 추진 중이다.
황홍규 교과부 대학지원정책관은 "개정법안을 마련해 오는 정기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라며 "이르면 2010학년도부터 실행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법개정에 발맞춰 '9월 학기제' 도입을 추진 중인 대학들이 늘고 있다.
문흥안 건국대 입학처장은 "법개정이 이뤄지면 학내 공론화를 거쳐 9월 학기제 도입을 적극 추진할 예정"이라며 "한 해 20만명씩 달하는 조기유학생 중 우수 학생 유치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주요 대학들도 법안이 통과되면 긍정적으로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한광희 연세대 입학처장은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추진된 바 없지만 법안이 통과되면 당장 내년부터 시행할 수 있기 때문에 준비를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완진 서울대 교무처장은 "큰 부담이 없는 선에서 고려해볼 만하다"며 "현재로서는 정원 외로 9월에 외국인을 선발하고 있지만 법이 개정되면 보다 많은 외국인 학생을 선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9월 학기제가 시행되면 대학들은 3월과 9월,1년에 두 번 학생을 선발할 수 있게 된다.
학생들의 경우 3월에 입학하든 9월에 입학하든 같은 커리큘럼의 수업을 받게 된다.
손병두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은 한국교육개발원이 발간한 '교육개발(2008년 여름호)' 파워인터뷰에서 "9월 입학이 가능해지면 한국 특유의 재수생 문제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시급한 개정을 촉구했다.
성선화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