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퀴즈 프로그램 '우리말 겨루기'에서 최근 '우리말 달인'에 오른 65세 홍성옥 할머니의 모습은 감동적이다.

충북 청주 부근 마을에 사는 할머니는 50세에 자궁암 치료를 받아 투병 생활을 했고,60세에는 야학으로 고입과 대입 검정고시를 거쳐 충청대 노인복지학과를 졸업했다고 한다.

할머니는 보는 이들에게 '살맛'을 느끼게 해준다.

'강철중:공공의 적 1-1'에서 엄 반장역을 맡은 강신일의 연기에서도 비슷한 '살맛'을 느낄 수 있다.

강신일은 '공공의 적'에서 강철중의 상사인 엄 반장을 연기했다.

이후 '실미도'에서 제2조장 근재역을 맡아 연기파 조연의 자리에 올랐다.

영화활동 이전엔 연극 '칠수와 만수'에서 만수역으로 문성근과 함께 공연했다.

그런데 왜 '강철중'에 출연한 그를 보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질까.

알려져 있다시피 그가 작년 12월10일 간암 수술을 받았기 때문.당시 TV 드라마 '황금신부'에 출연 중이었는데,간암 사실을 숨기고 연기를 하다가 조용히 수술을 받았다.

'강철중'은 12월18일에 촬영을 시작했다.

그는 지난해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촬영 합류를 고민했고,아무래도 못할 것 같아 강우석 감독에게 하차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강 감독은 "나아질 때까지 기다리겠다"며 만류해 무사히 촬영을 마쳤다.

'공공의 적' 시리즈에서'막무가내' 형사 강철중의 든든한 버팀목인 엄 반장은 없어서는 안 될 존재.그 역에는 강신일이 가장 맞다는 게 강 감독의 생각이었다.

그래서 강신일의 촬영분을 그가 회복한 이후로 조정했다.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병의 흔적은 찾을 수 없고 오히려 카리스마 있고 더욱 안정된 연기를 보여줬다.

강신일 이야기를 하다 보니 문득 연극만을 고집하던 그가 영화에 본격적으로 참여했을 때가 생각난다.

연극계에서 입지를 굳혀갈 때 TV나 영화 섭외가 들어왔지만 '연극을 통해 할 일이 많다'고 생각한 그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그러던 중 '공공의 적' 엄 반장역 제의가 들어왔다.

당시 고민이 많았지만 "세 아이를 둔 가장으로 연극만으로는 도저히 살 수 없었다"는 말로 영화를 시작했다.

강 감독은 엄 반장의 캐릭터나 연기에 대한 이야기를 일절 하지 않았는데,그것은 강신일에 대한 믿음이 강했기 때문이다.

강신일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믿음과 우정 속에 엄 반장을 연기했고,그 연기의 진정성은 '강철중'에 녹아 있다.

강신일은 "우리 아이들은 아빠가 어떤 일을 하더라도 묵묵히 그 자리를 지켜 왔다는 것을 인정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것은 강신일뿐만 아니라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맡은 일을 해내고 있는 모든 이의 심정이 아닐까 싶다.

/이원 영화칼럼니스트 latehop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