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에서 여배우의 몸값은 남자 배우를 따라가지 못한다고 한다.

한창 때의 줄리아 로버츠가 그랬고 지금의 리더 위더스푼이 2500만달러 이상을 받는다지만 보통은 톱스타라야 1500만달러 정도인데 브래드 피트,조니 뎁,톰 크루즈,톰 행크스 등 남자 1군은 3000만달러를 넘긴다는 것이다.

대박영화를 만드는 슈퍼 히어로가 주로 남자라서 그렇다는 모양이다.

개런티는 모르지만 대형 히트작의 주인공이 대부분 남자였던 건 우리도 다르지 않다.

'친구''공동경비구역 JSA''실미도''태극기 휘날리며''괴물''왕의 남자'등 흥행작 거의가 남성의 힘 내지 의리를 앞세운 영화였다.

'세상은 남자가 이끈다'는 의식에 경험을 바탕으로 한 대박의 꿈이 더해져서일까.

할리우드와 충무로의 '강한 남자' 보여주기는 줄기차게 계속된다.

상반기에 개봉된 '아이언맨''인디애나 존스 4' '헐크''추격자''강철중'이 그렇고,하반기에 선보일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놈놈놈)''눈에는 눈,이에는 이' 역시 같은 계열이다.

그러나 시대 변화에 따른 현상일까.

다른 기류도 만만치 않다.

여자 주인공들의 활약상을 다룬 '여성 영화'의 부상이 그것이다.

상반기에만 해도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비롯,'경축! 우리 사랑' '흑심모녀' '걸 스카우트' '섹스 앤 더 시티'등 한국과 미국의 아줌마 영화가 쏟아졌다.

한여름 성수기엔 양국의 여전사(女戰士)까지 뜬다.

'원티드'의 안젤리나 졸리,'겟 스마트'의 앤 해서웨이,'둠스데이ㆍ지구 최후의 날'의 론다 미트라,'무림 여대생'의 신민아 등이 킬러 비밀요원 무술고수 등을 맡아 악당을 제거하거나 지구를 구한다.

물론 같은 여성영화라도 양쪽의 스타일은 다르다.

할리우드가 고소득 커리어우먼의 화려한 일상이나 남자 영웅을 능가하는 강인한 여성상을 그려낸다면 충무로는 저소득층 아줌마의 억척스런 삶에 주목한다.

어느 쪽이든 신데렐라 만들기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여성의 홀로서기를 다루는 여성영화가 얼마나 지속적인 호응을 얻어낼지 궁금하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