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3대 서예가의 한 사람으로 꼽히는 오노 도후(894∼966)의 스승은 늘 말이 없었다.
제자가 혼신의 힘을 다해 글씨를 연마해도 스승은 언제나 "더 잘 쓰도록 해라"고만 할 뿐이었다.
스승의 인정을 받기 어렵다고 생각한 오노는 마침내 짐을 쌌다.
비까지 내리는 가운데 스승의 집을 나서는 순간,조그만 개구리가 집 앞 버드나무 이파리를 잡으려고 연신 뛰기를 반복했다.
'되지도 않을 일'에 애를 쓰는 것이 안쓰러워 돌아서는 찰나,개구리가 이파리를 간신히 붙잡더니 이내 나뭇가지를 타고 올라갔다.
이를 본 오노는 우산을 버리고 다시 스승의 집으로 들어가 연습을 계속했고,당대 최고의 서예가로 이름을 날렸다.
화투패 12월 '비광'의 그림이 보여주는 이야기다.
이 책에는 이처럼 주변의 평범하고 사소한 것에서 놀라운 가치를 발견하고 이를 성공의 계기로 삼은 이들의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프랑스 작은 마을의 우편배달부였던 페르디낭 슈발은 어느 날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 것을 계기로 상상 속에서 짓던 '꿈의 궁전'을 현실로 옮기기 시작했다.
재료는 길에서부터 산자락까지 지천으로 널려 있는 돌.무려 33년 만에 혼자 힘으로 완성한 길이 26m,폭 14m,높이 10m의 '꿈의 궁전'은 프랑스가 자랑하는 문화재가 됐다.
알파벳 점자를 발명한 루이 브라이는 군인에게 명령을 전달할 수 있도록 뚫려있거나 솟아나온 점으로 이뤄진 '야간문자'에서 영감을 받았고,당대 최고 시인으로 손꼽혔던 정약용의 첫 제자 황상은 자신의 결점을 장점으로 바꿔준 스승의 '칭찬 한 마디'에서 용기를 얻었다.
또 독일 출신의 고고학자 하인리히 슐리만은 어릴 때 아버지가 선물한 책 한 권에서 꿈을 키워 마침내 신화로만 여겼던 트로이의 유적을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