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사장 공모가 난항에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지원자 중 적임자를 찾지 못해 공모 시한을 연장하거나 재공모에 나서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는 가운데 임원추천위원회가 친분이 있는 기존 경영진을 대거 사장 후보로 내세우는 등 공정성에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들 공기업의 사장 공모를 다시 진행하도록 결정함에 따라 상당수 공기업들은 사표를 이미 낸 사장이 계속 경영을 책임지거나 공백상태가 지속되는 등 파행이 우려된다.

◆"내부인사만 추천해선 곤란"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지난 19일 인사소위원회를 열어 16개 공기업 사장과 감사 후보에 대해 심사한 결과 한국전력 사장과 석유공사 감사를 재공모하기로 의결했다.

최대 공기업인 한국전력은 '공모활성화 대상'인데도 추천된 후보들이 모두 내부 출신으로 채워진 것이 문제로 지적됐다.

이원걸 전 사장과 곽진업 전 한전 감사,박희갑 전 남동발전 사장,윤맹현 한국원자력연료 사장,정태호 동서발전 사장 등 5명의 사장 후보가 모두 한전 출신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후보들의 지원서를 자발적으로 받는 공모와 함께 헤드헌터 등을 통해 유능한 인재를 적극 발굴해 추천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고 말했다.

주로 비상임이사들로 구성되는 임원추천위원회가 친분이 있는 기존 상임이사들로 후보군을 채워넣은 것은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앞서 KOTRA도 3명의 내부 출신이 후보로 추천됐으나 지식경제부로부터 퇴짜를 맞았다.

KOTRA는 재공모 절차가 진행 중이며 조환익 전 수출보험공사 사장(전 산자부 제1차관)과 김인식 전 KINTEX 사장,한영수 전 무역협회 전무,윤철수 전 LG상사 부사장,정순원 전 현대로템 부회장 등 5명이 후보로 압축된 것으로 알려졌다.

◆"적임자가 없다"

수출보험공사 임원추천위원회는 면접 심사를 통과한 사장 후보 3명을 지경부 장관에 추천하면서 '적임자가 없을 경우 재공모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사실상 재공모를 요청한 셈이다.

지경부 관계자는 "수보 임추위의 의견을 존중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며 "경영 공백을 고려해 이른 시일 안에 재공모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석유공사 임추위도 사장 후보 6명을 대상으로 면접심사를 실시했으나 적임자가 없어 재공모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4월4일 사장 공모를 시작한 한국주택금융공사는 1차 공모에 22명이 몰렸으나 "적임자가 없다"는 판단에 따라 재공모에 이어 헤드헌터사를 통한 추가 모집까지 진행 중이다.

주택금융공사 임추위는 지난 17일 후보 33명 중 진병화 전 국제금융센터 소장과 임주재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강종만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 등 3명을 금융위원회에 추천했다.

국토해양부는 산하 공기업 가운데 교통안전공단 이사장을 재공모하기로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청와대 경호실 출신 이모씨 등 3명을 후보로 추천했으나 적당한 인물이 없다고 판단돼 재공모 절차를 밟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모 과연 적절한가

공기업 사장 공모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됨에 따라 그렇지 않아도 부족한 인재풀이 더욱 빈약해지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 공기업 관계자는 "인재풀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한꺼번에 공모가 진행됨에 따라 함량미달의 인사들이 대거 몰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사장이 일괄 사퇴한다면 경영 공백이 주기적으로 심각해질 것"으로 우려했다.

해당부처 장관이 임명해도 되는 정책기관의 기관장마저 공모절차를 거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예컨대 수출입은행의 경우 재정부 장관 추천만으로도 임명할 수 있는 데도 공모절차만 따지다보니 비효율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출입은행은 공모시한을 이미 한 차례 연기했으며 현재 김진호 전 수출입은행 전무,진동수 전 재정경제부 차관,김우석 전 자산관리공사 사장 등 3명이 후보로 추천된 상태다.

금융계에선 청와대 비서진이 대폭 개편된 데다 다른 공기업 사장 인선도 맞물려 있어 행장 선임까지는 2~3주가량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현승윤/김문권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