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우익 대통령실장과 청와대 수석들이 117일 만에 교체됐다.

쇠고기 파문을 비롯한 정국 현안에 대해 대통령을 제대로 보좌하지 못했다는 이유의 질책성 경질이다.

'사람 바꾸기'를 싫어하는 이명박 대통령이 예상보다 큰 폭의 '읍참마속'을 하게 된 것은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지 않을 경우 성난 민심을 도저히 달랠 수 없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라고 청와대는 20일 설명했다.

◆관료들 중용

이번 인사의 특징은 실무와 현장,이론을 고루 중시했다는 점이다.

수석들의 경우 1기 비서진 땐 학자 출신이 주류를 형성한 것과 판이하다.

1기 땐 대통령실장과 수석(급)을 포함해 9명 중 순수 학자 출신만 5명에 달한다.

박재완 정무,이주호 교육과학문화 수석이 국회의원을 한 차례 한 것을 제외하고 대학과 연구소에 몸을 담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7명에 이른다.

때문에 '청와대(大)'라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반면 관료 출신은 단 1명(이종찬 민정수석)뿐이었다.

이번엔 관계에 몸담았던 인사가 4명에 달한다.

신임 정동기 민정,김성환 외교안보,박병원 경제,강윤구 사회정책수석 등이다.

학계 출신은 정정길 대통령 실장(울산대 총장)과 정진곤 교육과학문화수석 등 2명이다.

관료 출신들이 대거 발탁된 데는 교수 출신들이 많았던 1기 비서진이 쇠고기 파문 등 현안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해 정무적인 감각이 떨어진다는 평을 들은 것을 감안한 조처로 분석된다.

정 신임 실장은 이 대통령과 오랜 친분이 있는 행정학 전문가지만 정치권과 인연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하는 대통령'을 보좌하는 기능에 충실하라는 이 대통령의 뜻이 반영됐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다만 떠나는 대통령 실장(류우익)과 새로 취임하는 실장이 비록 색깔과 경력 면에서는 차이가 크지만 근본적으론 뿌리가 같은 학자 출신이라는 점에서 회의적 시각도 없지는 않다.

여권 일각에서 '학자 대통령 실장'실험이 실패로 끝난 상황에서 똑같은 전철을 밟는 게 과연 바람직하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무수석에 여권 중진인 3선의 맹형규 전 의원을 발탁한 것은 '대화의 정치''소통의 정치'를 복원하기 위한 조치로 볼 수 있다.

◆'고소영' 탈피 흔적

출신 지역을 보면 1기 때는 TK(대구ㆍ경북) 3명,PK(부산ㆍ경남) 2명 등 영남권 출신이 5명에 달했다.

서울 출신은 4명이었고 호남과 충청권 인사는 단 1명도 없었다.

이번 인사에선 강윤구,정진곤 수석 내정자 등 2명의 호남 출신이 들어갔다.

영남 3명,서울 4명 등이었다.

출신학교를 보면 서울대가 6명으로 압도적으로 많고,고려대 연세대 한양대가 각각 1명이다.

'고소영(고려대 소망교회 영남출신)'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한 셈이다.

연령은 1기 비서진 때(52)에 비해 57세로 높아졌다.

50대가 7명이고 60대가 2명이다.

경륜을 중시한 인사로 풀이할 수 있다.

평균재산은 16억3000만원으로 1기 때 36억7000만원의 절반에 못 미친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