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장기업이 지주회사 전환 방식을 이용해 코스닥시장에 우회상장하는 사례가 처음으로 나와 관심이다.

이 방식을 이용하면 비상장기업의 최대주주가 분할한 회사의 지분을 팔아 이익을 실현하면서도 기업지배권을 잃지 않고 우회상장할 수 있어 비슷한 사례가 잇따를 것이란 관측이다.

22일 금융감독원과 증권업계에 따르면 비상장업체인 그룹오상은 코스닥 상장기업인 자이엘정보기술의 지분 41.68%를 215억원에 인수하는 것과 동시에 이 회사를 통해 앞서 분사했던 오비트의 지분 100%를 300억원에 사들이기로 했다.

자이엘정보기술은 오비트 인수를 위해 100억원 규모의 3자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하고 하나은행을 대상으로 80억원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키로 했다.

주목되는 것은 그룹오상과 오비트가 원래 같은 회사였다는 점이다.

그룹오상은 지난해 말 자사를 존속법인으로 한 인적 분할을 통해 오비트를 분사했다.

인적 분할을 하면 존속회사의 주주들이 기존 지분율대로 분사된 회사의 주식을 나눠 갖기 때문에 종전 최대주주는 신설법인에 대해서도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그룹오상의 경우 자신은 지주회사로 남고 사업부문은 신설회사인 오비트로 넘기는 인적분할을 한 뒤 코스닥기업을 지배구조의 중간에 넣어 오비트를 우회상장시켰다.

이를 통해 그룹오상의 최대주주인 이동현 대표는 자신의 오비트 지분 86.67%를 260억원에 팔아 이익을 실현하면서도 이 회사에 대한 지배권을 잃지 않게 됐다.

한 M&A 전문가는 "기존 우회상장 방식은 비상장기업의 최대주주가 상장기업의 최대주주로 바뀔 뿐 이익을 올리기 힘들었다"며 "이번 우회상장은 비상장기업의 최대주주가 일부 이익을 챙기면서 분사된 기업의 경영권을 그대로 유지하기 때문에 유사한 우회상장이 잇따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같은 M&A는 증권선물거래소의 우회상장 규정도 비껴갈 수 있다.

그룹오상의 최대주주인 이동현 대표가 자이엘정보기술을 지배하지만 직접 최대주주가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규정상 우회상장에 해당되지 않는다.

그룹오상 관계자는 "사전에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법률 자문을 받았다"며 "앞으로 자이엘정보기술과 오비트를 합병해 알짜 회사로 키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비트는 과일용 포장재인 팬캡을 생산하는 업체로,지난해 매출 188억원에 영업이익 77억원을 올려 영업이익률이 40%나 된다.

한편 거래소 측은 우회상장 방법이 날로 진화하면서 우회상장 규정을 교묘히 피해가는 사례가 속출함에 따라 관련 규정을 손볼 계획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M&A 방식이 복잡해지고 다양해짐에 따라 우회상장 규정도 추세에 맞춰 손볼 필요성을 절감해 개정작업을 서두를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