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부지로 치솟는 석유와 농산물 가격이 개발도상국들에 경제적 부담을 지우는 차원을 넘어 세계적인 전략적 안보위협으로 떠올랐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1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이 같은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것은 1973년 이후 처음으로,에너지 가격과 식량 가격이 전 세계적으로 동반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최근 옥수수 대두 육류 가격이 사상 최고치로 올랐으며 국제유가도 배럴당 140달러를 넘보고 있다.

고유가에 따른 물가 고통으로 이미 폭동 등 정치적 소요 사태가 발생한 국가만도 30여개국을 넘는다.

서방 선진국들은 특히 유가와 식량가격 급등이 중국 인도 등 개발도상국들의 안정성을 크게 위협할 것을 우려했다.

이렇게 되면 세계경제 역시 큰 소용돌이 속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FT는 이에 따라 22일 사우디아라비아 지다에서 열린 원유 생산국과 소비국 간 회의에서 이 문제가 집중 논의됐다고 밝혔다.

세계 최대 원유생산국이자 현재 원유 증산 여력이 있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최근 파키스탄을 포함한 개발도상국들이 석유 수입대금 지불유예를 신청하는 등 후유증이 나타나자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모로코는 석유와 곡물 수입에 대한 충격을 완화하려는 차원에서 지난달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에 8억달러의 자금 대여를 요청하기도 했다.

미국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은 유가와 곡물 가격 급등의 중장기 부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면서 "유가와 곡물 가격의 급등은 실질적인 안보문제로 인식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다 회담에 참석한 마틴 바텐스타인 호주 경제장관도 "고유가가 인플레이션을 두 자릿수로 끌어올리면서 초래된 사회적 긴장감이 이번 회담의 주된 논제였다"고 전했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