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와 시골을 구분하는 건 한밤의 밝기다.

가로등과 건물 조명,쇼윈도 불빛이 뒤섞인 도시는 밤새 훤하다.

도시 아파트에선 밤에도 커튼을 쳐야 하지만 달도 없는 밤 시골집은 칠흑처럼 어둡다.

자동차로 길을 달리다 주위가 갑자기 어둡다 싶으면 십중팔구 시(市)의 경계를 벗어난 것이다.

가로등은 이렇게 도시를 상징한다.

시골마을에 개발 바람이 불면 차도와 인도부터 나뉘고 그 옆에 가로등이 설치된다.

차와 사람이 늘어나는 데 따라 증가할지 모르는 교통사고나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가로등은 실제 어두운 밤 자동차 운전은 물론 안전한 보행에 필수적이다.

여기저기서 "기름 한 방울 안 나는데" 운운하는데도 불구,에너지 절약에 너무 무심했다고 여겼을까.

서울시가 고유가 극복을 위한 에너지 절감대책으로 보행등 및 가로등 격등제를 확대하겠다고 나섰다.

25일부터 학교 및 학원가,우범지역,가로등 없이 보행등만 있는 곳을 제외한 도로의 가로등과 보행등의 절반가량을 끄겠다는 방침이다.

일반도로와 자동차 전용도로의 가로등은 각각 20%와 36.8%,보행등은 90%를 둘 중 하나만 켜겠다는 얘기다.

서울시의 경우 지난 5일부터 한강다리 조명도 3시간 단축했다.

아름다운 야경도 좋지만 자고 나면 기름값이 오르는 상황에서 더이상 치장에만 신경쓸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지금 같은 고유가 상황이 아니라도 이산화탄소 배출량 증가에 따른 환경 오염 등을 생각할 때 에너지 절약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기름값이 오르면 일시적으로 가로등을 끈다,일정 시간만 되면 무조건 건물의 에어컨을 끈다는 등의 발상은 궁극적인 에너지 절감책이 되기 어렵다.

서울시 전력소비의 10%를 절약하면 이래저래 조 단위의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보고가 있었다.전기료를 아낀다며 보행등을 끄면서 한쪽에선 반포대교에 낙하분수를 만든다,한강다리에 엘리베이터를 놓는 게 서울시다.

가로등 축소에서 비롯될 수 있는 시민의 위험과 한강다리 경관의 비중 중 과연 어느 게 더 큰 걸까.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