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신문'이 2003년 뽑은 한국의 자생이론가 중 유일한 자연과학자,민주화 운동과 환경운동에 앞장선 실천적 과학사상가,세계 각국의 오지에 200여개 학교·3000여개 도서관·150만여권의 책을 기증한 교육·자선사업가,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자기의 길을 걷는 각 분야의 장인들….이들의 '즐거운 집념'과 고집이 빚어낸 이야기가 논픽션 분야 우수도서들에 담겨 있다.

≪공부도둑≫(생각의나무)은 환경을 탓하지 않고 공부의 외길을 걸어온 장회익 서울대 명예교수의 공부와 인생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가난과 잦은 이사에 따른 전학과 학업 포기 등 여러 시련을 겪으면서도 공부의 길을 버리지 않았던 저자는 일찍부터 자기 주도형 학습으로 시련을 극복했다. 또 인문학까지 넘나드는 폭넓은 공부를 통해 '온생명' 사상을 주창했다. 스스로 '공부꾼' '공부도둑'이라고 자처하는 저자는 "우주의 학문 보물창고에 들어가 학문의 정수들만 다 골라 훔쳐내고 싶다"며 하나의 열쇠로 모든 문을 다 열 수 있는 '마스터키'가 필요함을 역설한다.

≪히말라야 도서관≫(존 우드 지음,세종서적)은 네팔을 비롯한 빈국의 아이들을 위해 학교와 도서관을 짓고 책을 기증하는 일에 열정을 쏟고 있는 저자의 교육·자선사업 이야기를 담았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촉망받던 경영자에서 1999년 교육·자선사업가로 변신해 '룸투리드(Room To Read) 재단'을 설립한 그는 "세상을 변화시키는 데는 생각보다 그리 큰 돈이 들지 않는다"며 고액 자산가보다 평범한 이웃들의 동참을 권유한다.

≪한국의 고집쟁이들≫(박종인 지음,나무생각)은 고집스럽게 자기의 길을 걸으며 어둠 속 불씨처럼 세상을 밝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80년 가까이 한 자리에서 3대째 이발소를 해온 이남열,대를 이어 고전음악 감상실을 운영하는 김순희,서울에서 50년 이상 대장간을 지키고 있는 유상준·유상남 형제 등 평범한 이웃들의 비범한 고집에서 '천직'의 무게가 느껴진다.

≪김병종의 라틴화첩기행≫(랜덤하우스코리아)은 예인들의 체취를 더듬으며 글과 그림으로 '화첩기행' 시리즈를 고집스럽게 펴내온 저자의 라틴 예술 기행집이다. 헤밍웨이가 묵었던 쿠바의 호텔,젊은 나이에 스러져간 혁명가 체 게바라,환상문학의 꽃을 피워낸 보르헤스,육체로 쓰는 가장 아름다운 시라고 불리는 탱고에 이르기까지 남미의 화려한 문화와 예술을 특유의 필치와 문장으로 그려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