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은 23일 향후 나타날 고물가 국면에서는 기업보다 가계의 어려움이 클 것으로 예상되어 여러 사안에서 기업의 양보를 요구하는 흐름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에 주주의 이해관계에 대한 광범위한 도전이 발생할 수 있어 또 다른 리스크가 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기업의 재무건전성은 사상 최고수준이나, 가계의 재무건전성은 가장 취약한 수준”이라며 고물가 국면에서는 기업보다 가계가 겪는 어려움이 더욱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인플레로 인한 실질 소득 저하가 소비감소로 이어지면 기업에도 부정적이긴 하지만 어려운 시기를 견딜 내구력은 기업이 가계보다 훨씬 강하다고 지적했다. 수년간 기업은 부채를 이용한 레버리지를 축소시켜왔고, 가계는 레버리지를 확대시키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것.

김 애널리스트는 자본의 효율성이 높아지면서 국민 경제 내 기업의 비중이 외환위기 이전보다 압도적으로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외환위기 이전 2%대였던 GDP(국내총생산) 대비 상장사 이익 점유율이 6%대 후반까지 높아졌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고용 증가가 뒷받침되지 못해 기업과 가계의 양극화로 귀결되며 최근 들어서는 소비자 센티멘트가 코스피 지수 흐름과 전혀 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주가가 올랐던 지난 수년간 수비자 기대지수는 소비심리의 개선과 후퇴를 판별하는 기준선인 100P 밑에서 고착화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김 애널리스트는 “경기 후퇴 국면에서 버틸 수 있는 내구력 측면에서 가계보다 기업이 훨씬 강하다는 사실은 역설적으로 여러 사안에서 기업의 양보를 요구하는 일련의 흐름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봤다.

정부에 의한 각종 가격 규제는 이런 흐름을 대표한다는 판단이다.

김 애널리스트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 기업(자본)의 양보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어찌됐건 이런 변화가 주주들에게 좋은 일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는 시각이다.

노동조합의 저항이 됐건, 정부의 가격규제가 됐건 주주의 이해 관계와 배치되는 광범위한 도전이 나타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은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주식시장이 감내해야 할 또 다른 리스크라고 진단했다.

한경닷컴 이혜경 기자 vix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