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부지검 형사5부(함윤근 부장)는 미국에서 혼자 살며 치매를 앓고 있는 임모(79) 할머니로부터 재산관리 위임 서명을 받아 한국에 있는 부동산을 팔아넘긴 혐의(사기 등)로 변호사 박모(52)씨와 차모(76)씨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23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박 변호사는 차씨를 미국 요양원으로 보내 임 할머니에게 접근, 재산관리인 위임장에 서명을 받도록 한 뒤 2005년 5월 이를 사용해 임 할머니가 소유한 서울 은평구 불광동 빌딩을 20억여원에 제3자에게 팔아넘기고 계약금 7억여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박 변호사는 "차씨가 받아온 재산관리인 위임장이 진짜인 줄 알았다"고 반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변호사와 차씨의 사문서 위조와 사기 혐의는 임 할머니의 변호인이 등기이전이 무효라며 서울 중앙지법에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되면서 드러났다고 검찰은 전했다.

임 할머니는 서울 서부지법에서 열린 1심에 이어 지난 5월 말 고법에서 열린 항소심에서도 승소했다.

미주 중앙일보 2006년 보도에 따르면 임 할머니는 평안남도 출신으로 서울에서 유학하다가 한국전쟁 때문에 혈혈단신이 된 뒤 한의사로서 재력가가 됐으나 결혼에 두 차례 실패해 줄곧 혼자 살아왔다.

임 할머니는 1997년 홀로 미국으로 이민갔으나 노인성 치매를 앓게 된뒤 재력가인 독거 노인이 사리분별이 어두워졌다는 소식을 듣고 주변에 재산을 노리는 모리배들이 끊임없이 몰려든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박 변호사와 차씨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팀'들이 할머니의 재산을 노리고 달려들었다"며 "어두운 세태를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jang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