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아우토반에 올랐다.

무제한 속도로 달릴 수 있다는 것은 자유로움이자 두려움이었다.

시속 210㎞까지 마음껏 달려보자는 생각에 가속 페달을 힘껏 밟았다.

속도계 바늘이 쭈욱 움직이더니 순식간에 원하는 속도까지 도달했다.

생애 최고 속도로 달리는 데서 오는 두려움은 느끼지 못했다.

배기량이 2000cc에 불과한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지만,출력이 200마력에 달하는 괴력 덕분이다.

시승한 차량은 폭스바겐 휘발유 모델인 티구안 TSI였다.

◆날렵한 디자인,넉넉한 공간

티구안은 강한 주행력을 상징하는 호랑이(tiger)와 민첩성을 상징하는 이구아나(iguana)를 합성한 이름이다.

차량을 언뜻 보면서 이름과 무척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전면 크롬 디자인이 고급스럽게 느껴졌다.

티구안의 지붕에는 파노라마 선루프가 장착돼 있다.

일반 슬라이드형에 비해 3배나 크다.

선루프가 큰 만큼 실내 개방감과 채광효과도 뛰어나다.

소형 SUV이지만 실내 공간은 꾸미기에 따라 얼마든지 넉넉하게 쓸 수 있다.

운전석을 제외한 모든 좌석을 접거나 이동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내부에 최대 1510ℓ의 여유있는 적재 공간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내비게이션은 물론 오디오,비디오 기능까지 갖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터치스크린 방식이다.

7인치의 넓은 화면에 블루투스 핸즈프리 기능까지 탑재했다.

◆스스로 알아서 하는 주차

작년 말 유럽에서 첫 출시된 티구안은 자동주차 기능(파크 어시스트) 덕분에 유명세를 탔다.

직접 시험해 봤다.

이 기능을 사용하기 위해선 우선 'P'(파크 어시스트) 버튼을 누른 후 시속 30㎞ 이하의 속도로 주행해야 한다.

차체에 내장된 적외선 센서가 주차 가능 공간을 금세 찾아줬다.

내장 컴퓨터가 현재 위치와 각도 등을 계산해 자동으로 후진하기 시작했다.

주차 시작 직전 기어를 '후진(R)'에 넣은 다음 핸들에서 손을 떼고 가속페달과 브레이크로 적정 속도만 조절해 줬다.

자동주차는 약 20초 만에 끝났다.

주차가 서툰 여성이라도 30~40초면 완벽하게 일렬 주차를 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다만 전장 4.4m인 이 차량 앞뒤로 각각 70cm 정도의 공간이 확보돼야 한다.

다음 달 2일 티구안이 국내에 소개되면,국내 최초의 자동주차 차량이 된다.

오프로드 성능을 시험하기로 했다.

SUV의 본래 목적이 험로 주행이 아니던가.

접근각(차체 하단에서 전조등 부분까지의 각도)은 28도.웬만한 장애물은 손쉽게 뛰어넘었다.

글로벌 베스트셀링 모델인 골프와 플랫폼(차의 기본 뼈대)을 공유하고 있어서인지,거침없이 내달렸다.

지능형 풀타임 4륜구동이 힘을 끊임없이 끌어올렸다.

오프로드를 달리면서도 6단 팁트로닉 자동변속기 덕분에 거친 느낌은 상대적으로 덜한 편이었다.

◆유럽보다 싼 국내 판매가

국내 수입가격은 부가세를 포함해 4170만원이다.

자동주차 기능과 4륜구동 시스템이 모두 기본으로 장착된다.

비슷한 옵션을 기준으로 유럽 현지가격(약 3만유로)보다 600만원가량 저렴하다.

유럽에선 작년 11월 처음 출시됐을 때 3주 만에 4만2300대의 선주문이 몰렸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티구안은 SUV를 선호하는 도시인들에게 안성맞춤일 것 같다.

SUV의 힘과 안정성,세단과 같은 부드러움을 함께 갖췄기 때문이다.

다만 스피드광들은 다소 미흡하다는 느낌을 가질 수도 있다.

시속 160㎞를 넘어서면 다소 힘겨워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고속 주행 때의 코너링도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볼프스부르크(독일)=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