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의 로체 이노베이션과 도요타 캠리,혼다 어코드가 지난 20일 제주도 경마공원 주차장에 나란히 섰다.

어떤 차의 성능이 우수한지를 따져보기 위한 비교시승 행사를 위해서다.

이들은 3사의 중형차 부문에선 대표급 선수들.자동차 업계의 인지도 측면에선 캠리와 어코드가 한 수 위였지만 실제 비교 시승결과는 달랐다.

비교시승 코스는 슬라럼,급커브,급회전,급제동 등으로 구성됐다.

맨 처음 코스는 일렬로 세운 장애물을 지그재그로 통과할 때의 조종 안정성을 시험하는 슬라럼.일정한 속도로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핸들만으로 각 장애물을 빠르게 통과하는 코스다.

로체 이노베이션은 슬라럼 코스에서 캠리와 어코드에 결코 뒤지지 않는 성능을 보여줬다.

급하게 코너를 돌 때는 밖으로 튀어나가지 않도록 단단하게 잡아주는 느낌이 들었다.

기대 이상으로 역동적이었다.

급제동 테스트는 무엇보다 제동거리가 짧아야 하는 것이 관건이다.

속도를 시속 100㎞까지 급하게 끌어올렸다가 오른 발에 힘을 모아 브레이크를 급하게 밟아 멈춘 지점까지의 거리를 측정하는 방식이다.

로체 이노베이션의 제동거리가 가장 짧았다.

어코드의 제동거리가 상대적으로 긴 편이었다.

캠리는 부드러운 가속성능에서 시승 참가자들로부터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았다.

어코드는 코너링이 탁월했다.

핸들도 가장 민감한 편이었다.

시승회에 동원된 차량은 모두 배기량 2400㏄급.로체 이노베이션은 2005년 11월 로체 출시 후 3년 만에 선보인 새 모델로,피터 슈라이어 디자인총괄 부사장이 직접 디자인에 참여했다.

캠리는 1982년 첫선을 보인 후 세계 100개국에서 1000만대 이상 팔렸으며,미국에서 생산된 최초의 일본차인 어코드 역시 1976년 출시 이래 160개국에서 1600만대 이상 팔린 모델이다.

성능 외에 가격 평가를 추가하면 로체 이노베이션의 비교 우위가 확연히 드러난다.

로체 이노베이션 가격은 2715만원으로,현재 국내에서 시판 중인 어코드(3490만원)보다 약 30% 저렴하다.

캠리는 내년 하반기부터 국내에 공식 수입된다.

로체 이노베이션은 편의장비 부문에서도 크게 차별화됐다.

계기판을 통해 가장 경제적인 연비로 주행 가능한 운전영역을 알려주는 경제운전 안내 시스템(에코 드라이빙)과 핸들에 위치한 소형 장치로 변속단을 제어할 수 있는 다이내믹 시프트를 장착했다.

다만 차내 편의장비가 지나치게 오밀조밀하게 모여 있어 산만하다는 느낌을 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속주행 때 가속페달을 힘껏 밟으면 순간 반응이 늦게 나타난다는 점도 아쉬웠다.

제주=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