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펌 간 짝짓기 바람이 거세다.

법무법인 지평과 지성,렉스와 하우림이 최근 합병을 선언한 데 이어 대륙과 아주도 합병을 추진 중이다.

물밑 움직임은 이보다 훨씬 활발하다.

물론 법률시장 개방을 앞두고 이미 예상됐던 수순이다.

그렇다면 중ㆍ소형 로펌 간 한집살이가 소속 변호사들에게는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최근 합병한 로펌 변호사는 "이제야 친구나 가족들에게 체면이 서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규모가 크지 않으면 실력과 무관하게 대우해 주지 않는 대한민국 법률시장의 특성상 그간 도매금으로 저평가받으면서 속앓이를 해 왔다는 것.그는 "사법시험이나 연수원 성적,그간의 경력 등으로 봐서는 분명히 내가 뛰어난데도 고객들은 대형 로펌의 변호사만 알아 주는 경향이 있어 불만스러웠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며 "일정 규모 이상의 대형화를 이뤄야만 실력에 따라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대형 로펌이 되면 소속 변호사들의 일거리도 늘어난다.

관공서 등 일정 규모 이상의 로펌에만 사건을 주는 고객들을 잡을 수 있기 때문.수임하는 건수가 늘면 자연 변호사들의 월급도 올라가게 된다.

법무법인 렉스의 김동윤 대표변호사는 "정부 기관이나 공기업,대기업 등은 사건을 맡길 때 변호사 기준 상위 10대 로펌으로부터만 제안서를 받는 등 내부 기준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100명 정도의 규모를 갖추지 않으면 수임할 수 없는 대형 사건들이 있다"고 밝혔다.

변호사 개개인의 전문화를 위해서도 대형화는 필요하다.

중ㆍ소형 로펌에서는 아무래도 한 명의 변호사가 여러 가지 업무를 맡게 되니 자신의 전문 분야를 만들기 어렵다.

개별 변호사에게 전문성이 있는지 여부도 로펌의 크기에 비례해 판단한다.

법무법인 지평지성의 양영태 대표변호사는 "국내 법률시장의 고객들이 아직까지는 규모를 따지지 않고 전문성만 보고 로펌을 선택할 만큼 섬세하지는 못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규모가 커지면 변호사 업계에서도 발언권이 세진다.

대한변호사협회 등 각종 단체들이 의견을 수렴할 때 대형 로펌들의 의견을 묻는 경우가 많기 때문.한 중견 로펌 변호사는 "국내 변호사 수가 100명 이상인 상위 6개 로펌에만 의견을 묻는 경우가 많아 우리 입장을 반영하기 어려웠던 적이 많다"고 하소연했다.

로펌의 대형화는 법률시장이 개방됐을 때 소속 로펌이 살아 남을 수 있느냐를 판단하는 잣대가 되기도 한다.

일본 등 외국의 사례를 보면 중형 로펌은 예외 없이 영미계 초대형 로펌의 공략을 받았다.

합병을 추진하고 있는 로펌 관계자는 "외국 로펌까지 들어오면 지금의 규모로는 이도 저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에서 공중 분해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