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이달 말 전략기획실을 해체한 뒤 그룹의 최고협의기구가 될 사장단협의회의 대략적인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삼성은 지난 4월 경영쇄신안에서 약속했던 대로 그룹 차원의 인사.재무.사업조정을 맡아온 전략기획실을 완전 해체하는 대신 사장단협의회에 3~4개의 비상설 위원회 조직을 둔다는 내용의 후속 조치를 마련한 것으로 23일 알려졌다.

계열사간 협의가 필요한 브랜드관리,인력관리 등의 업무를 추진하기 위해서다.

기존 전략기획실 수뇌부들은 모두 계열사로 복귀해 특별한 보직을 맡지 않는 것으로 결정됐다.

삼성은 이 같은 방안을 25일 수요 사장단회의 직후 발표할 예정이다.

이어 7월2일 첫 사장단협의회를 열고 계열사별 자율경영체제를 본격 가동할 방침이다.


전략기획실 완전히 해체 '뉴 삼성'…사장단협의회 중심 운영
◆사장단협의회 산하 위원회는 비상설 기구로


삼성은 현재까지 사장단협의회 구성 인원을 최종 확정짓지 못했다.

다만 59개에 달하는 계열사 사장들이 모두 참여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30명 안팎이 참여하는 형태로 구성할 전망이다.

이럴 경우 사장단협의회에는 삼성전자,삼성SDI,삼성물산,제일기획 등 15개의 상장 계열사 CEO(최고경영자)들과 삼성생명,삼성에버랜드 등 일부 비상장 계열사 사장들이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사장단협의회는 이건희 회장 퇴진 이후 대외적으로 그룹을 대표하게 된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이 주재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장단협의회 운영방안도 대략적인 윤곽이 나왔다.

그룹 관계자는 "경영쇄신안에서 발표했던 것처럼 사장단협의회는 계열사별 자율경영체제로 전환한 이후 그룹 단위에서 조정해야 하거나 상호 협의가 필요한 업무를 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이에 따라 사장단협의회 내에 3∼4개의 위원회 조직을 두기로 했다.

국내외에서 삼성의 통합브랜드(CI)를 관리할 '브랜드관리 위원회'와 신입사원 채용 및 실무교육,해외에 보내는 지역전문가 관리 등을 전담할 '인력관리위원회'가 그것이다.

삼성은 또 계열사간 중복사업을 교통정리하는 업무를 맡을 위원회도 만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배정충 삼성생명 부회장이 맡고 있는 사회공헌위원회는 사장단협의회와 별도 조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각 위원회 위원은 사장단협의회에 참여하는 사장들 가운데 업무 관련성이 높은 이들로 구성된다.

또 상설 조직이 아니라 업무협의가 필요할 경우 비정기적으로 모여 협의하는 비상설 조직으로 운영된다.

그룹 관계자는 위원회 조직과 관련,"국회로 치자면 본회의에 앞서 세부적인 업무를 조율하는 상임위원회를 운영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삼성은 사장단협의회와 각 위원회의 실무를 지원할 '업무지원실' 구성도 사실상 마무리지었다.

업무지원실에는 4~5명의 임원과 10~12명의 직원을 두기로 했다.
전략기획실 완전히 해체 '뉴 삼성'…사장단협의회 중심 운영

◆전략기획실 수뇌부 거취도 매듭


25일 열리는 수요 사장단회의에서는 전략기획실 팀장급 이상 수뇌부들의 거취도 결정된다.

이학수 부회장과 김인주 사장은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원래 소속사인 삼성전자로 복귀할 예정이다.

두 사람은 삼성전자로 복귀한 뒤 경영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는 대신 '고문'이나 '상담역' 등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아예 '삼성전자 직원'의 지위만 유지하는 안도 검토되고 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