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과 정부에 모처럼 생기가 돌고 있다.

지난 두 달여간 여권의 발목을 잡았던 '쇠고기 파동'이 진정 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한·미 쇠고기 추가협상 타결과 청와대 인적쇄신을 계기로 여론이 반전되는 모습을 보이자 당·정은 25일 특별 당보 100만부를 전국에 배포,추가협상 결과에 대한 대국민 홍보에 나서는 한편 금주 내에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을 고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동안 야당에 끌려다니기만 했던 한나라당이 국면 전환을 위해 '강공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23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이번 주 안에 쇠고기 문제를 종료하고 국회를 열어 민생 문제를 논의할 수 있도록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여론이 돌아서고 있다

"지역구에서 얼굴을 못들고 다니겠다"던 한나라당 의원들이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었던 건 국민 여론이 '쇠고기 파동을 이쯤에서 마무리하자'는 쪽으로 돌아서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중앙선데이가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전국 성인남녀 1024명)의 58.2%가 이제 촛불집회를 그만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계속해야 한다는 응답은 38.1%였다.

쇠고기 추가협상에 대한 평가도 재협상 수준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긍정적인 응답이 51.3%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응답(46.3%)보다 많았다.

한나라당이 지난 22일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를 통해 자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4279명)의 64.1%가 향후 정부의 국정운영 방향에 대해 "이제는 쇠고기 문제를 마무리하고 물가나 경제 문제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답해 '재협상에 집중해야 한다'는 응답(31.1%)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특히 이 조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31.9%를 기록,두 달여만에 30%를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재섭 대표는 의총에서 "촛불집회 지속 여부에 대한 여론이 반전됐다.

한나라당이 집권여당이라면 중심을 잡고 일을 열심히 하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제 쇠고기 국면을 털어버리고 민생 경제 활성화에 집중해도 된다는 판단이 섰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당보 배포 등 국민 설득

물론 한나라당은 아직 조심스럽다.

추가협상이 타결됐다고 바로 고시를 강행하면 여론이 또 다시 돌아설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홍 원내대표는 "정부는 당초 23일에 장관 고시를 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국민들을 좀 더 설득해야 한다고 판단,우선 특별 당보를 배포한 후 고시를 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강재섭 대표도 "오만해서는 안된다.

국민과 소통을 하면서 해야 한다.

그래서 당정회의를 통해 (고시 시기를) 미뤄놓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번 주 내에는 고시를 관보에 게재해야 한다는 데 이견은 별로 없다.

홍 원내대표는 "우리로서는 이번 협상이 파이널 디시즌(최종결정)"이라면서 "또 고시를 하지 않으면 정말 통상마찰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앞으로 2∼3일 동안 국민들에게 추가협상 결과를 홍보하고 설득하는데 당력을 집중키로 했다.

특별 당보 배포와 동시에 국회의원 지역구 사무실에 현수막을 내걸기로 했다.

당 인터넷 대책팀도 풀가동할 계획이다.

괴담이 난무하고 국민여론이 오도되는 상황을 반복하면 안된다는 판단에서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