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명이 '검투사'인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쇠고기 협상을 강도 높게 비판해온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에게 '칼'을 겨눴다.

김 본부장은 23일 오후 정부 세종로 청사에서 가진 쇠고기 협상 결과 추가 브리핑에서 김 전 장관의 언론 인터뷰 등을 거론하며 "정치적 입장을 떠나 차분하고 이성적으로 이야기하실 분이 사실을 왜곡하거나 과장해 불안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포문을 열었다.

평소 냉정하기로 소문난 그가 특정인을 거명해 비판한 것은 전례없는 일이다.

그가 김 전 장관의 왜곡 사례로 가장 먼저 꼽은 것은 인간광우병 환자 문제.그는 "김 전 장관이 지난달 한 주간지 기고문에서 미국 내 치매환자 중 65만명이 인간광우병 환자라는 주장을 폈지만 인용된 예일대 및 피츠버그대의 연구는 인간광우병이 아니라 크로이츠펠트야곱병"이라며 "민주사회에서 다양한 의견을 말할 권리가 있으나 전직 장관이 이 정도로 과장,왜곡하는 것이 놀랍다"고 말했다.

김 전 장관이 미국 농무부의 쇠고기 품질체계평가(QSA) 제도의 실효성을 문제 삼으며 국내 제도의 '품' 마크와 유사한 수준이라고 평가한 데 대해서도 김 본부장은 "이 제도는 김 전 장관의 재직 중에도 운영됐다"면서 "이 제도를 운영한 분이 우리 제도를 폄하할 수 있다니 놀라울 뿐"이라고 날을 세웠다.

쇠고기 전면 재협상시 무역보복을 당할 우려가 있다는 김 본부장의 주장이 '대국민 협박'이라는 비판에 대해서도 그는 "김 전 장관이 2000년 중국과의 마늘분쟁 당시 농림부 장관이었고 저는 통상교섭본부 국장이었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김 전 장관이 중국산 마늘에 대해 긴급관세를 동원해야 한다고 주장해 30%이던 관세를 315%까지 높인 일주일 뒤 휴대전화 등 다른 품목이 보복을 받은 전례가 있는데 이런 것을 단순히 대국민 협박이라고 할 수 있느냐"고 김 본부장은 목소리를 높였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