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증수 <경북대 교수·환경재료>

국제 유가가 배럴당 130달러대 후반을 오르내리는 등 사상 유례 없는 고공행진을 계속하면서 전 세계가 휘청거리고 있다.

우리나라도 고유가에 따른 물가폭등으로 서민경제는 악화 일로를 걷고 있으며,금속노조 등 노동계에선 파업투쟁을 예고하고 있어 경제위기는 최악의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하지만 고유가로 인한 에너지 문제가 '발등의 불'이라면,기후변화로 인한 위기는 머지않아 닥쳐올 거대한 '해일'이라고 할 수 있다.

발등의 불을 끄는 데만 급급해하거나,순간의 고통을 조금 덜기 위해 국가경제 전체를 담보로 한 무리한 파업 같은 건 바람직하지 않다.

이번 고유가에 따른 에너지 위기는 1970년대 석유파동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화석연료는 점점 고갈돼 가는데 중국과 인도 등 개발도상국의 연료소비는 급격하게 증가하는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경우 고유가 장기 상황에 대비한,보다 근본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

미래 자원 확보와 신재생에너지 중점투자,대형 자원개발 전문기업 육성 등 정부정책에 발맞춘,지방자치단체의 주도적 역할과 기업 및 시민들의 실천적 노력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냉난방 시간조절과 창가 조명등 끄기,절전 제품 사용 등은 기본이다.

지자체는 자동차 위주의 도로체계를 자전거 도로망 확충과 대중교통 중심으로 바꿔 나가야 한다.

또 직장과 주거,생활을 통합한 도시개발을 비롯해 보다 적극적인 에너지 절약형 국토개발의 청사진을 만들 필요가 있다.

기업들도 무조건 정부에 고유가 대책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스스로 경영을 합리화하고 에너지 절약형 기업구조로 가져가야 한다.

에너지 절약형 친환경 생활태도와 산업구조는 고유가 시대의 도래가 아니더라도,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가 마땅히 노력해야 할 과제다.

기후변화란 급격한 산업화와 인구증가에 따라 지난 100년간(1906~2005년) 지구의 연평균 기온이 섭씨 0.74도 상승하면서 지구촌 곳곳에서 나타난 다양한 기상이변(적도의 다우 경향,아열대의 건조화,극지방 빙하의 유실,사막화의 확산,열대야 등) 현상을 말한다.

우리나라도 태풍,집중호우 등 이상기후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확대되고,한류성 대표어종인 명태가 사라지고 동해에서 잡히던 오징어가 서해에 출현하는 등 이미 어장의 변화를 겪고 있다.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대량소비형 사회가 지속될 경우 21세기 말에 지구 평균온도는 최대 섭씨 6.4도,해수면은 59㎝ 상승될 것으로 전망되고,이에 따라 한반도의 1.2%가 침수돼 남북한에서 무려 125만명의 이재민이 생겨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1997년 채택되고,2005년 2월 발효된 기후변화협약(교토의정서)에 따라 올해부터 5년간 선진 38개국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평균 5.2% 의무감축에 들어간 것도 이 같은 인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우리나라도 2007년 12월 결정된 발리 로드맵에 의해 2013년부터는 온실가스 의무감축 국가가 될 가능성이 높다.

국제적인 의무에서 빠져나갈 길은 없는 것이다.

현재의 에너지 다소비형 생활습관과 산업구조를 그대로 둔 채 우리가 온실가스 의무 감축국이 된다는 것은 매년 포스코(국내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10% 차지)만한 기업이 한 개씩 문을 닫아야 한다는 의미다.

아니면 국제사회로부터 고립될 수도 있다.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로서는 대재앙이 아닐 수 없다.

현재의 에너지 대란과 위기를 든든한 기후변화대책을 세우고 실천하는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고,온 국민이 함께 고통을 나누며 동참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