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배경은 패션잡지사.

나이젤은 편집장 미란다의 오른팔로 화보 촬영에 필요한 의상과 구두 액세서리는 물론 거기에 딱맞는 화장과 헤어스타일까지 찾아낸다.

뛰어난 감각과 연출력을 지닌 나이젤에 의해 촌스럽던 주인공 앤디는 세련된 모습으로 거듭난다.

코디네이터의 힘이다.

'악마는…'이나 드라마 '온 에어'에서 보듯 코디네이터의 역할은 크다.

누구도 혼자서는 노상 바뀌는 상황이나 주제에 적절히 대응하기 힘든 까닭이다.

근래엔 패션뿐만 아니라 다양한 부문에서 코디네이터가 각광받는다.

병원.음식.연회.교육 코디네이터 등이 그것이다.

코디네이터가 중시되는 건 예전처럼 한 가지 특성이나 장기만으론 호응을 끌어내기 어려운 탓이다.

제아무리 비싼 옷이라도 구두 가방 소품과 어울리지 않으면 소용 없고,음식 또한 맛 이상으로 상차림이 중요하다.

병원 역시 친절한 안내와 설명,꼼꼼한 사후 관리같은 총체적 서비스가 곁들여져야 환자의 신뢰를 얻어낼 수 있다.

좋은 코디네이터의 첫째 요소는 폭넓은 지식이다.

패션 코디네이터는 패션,음식 코디네이터는 음식,병원 코디네이터는 진료 과목에 대한 상식부터 환자 심리까지 꿰고 있어야 한다.

둘째는 조화다.

각각의 특성을 살리되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정리를 잘해야 한다.

다음은 조용한 서비스다.

코디네이터의 흔적이 없을수록 주인공은 돋보인다.

정정길 신임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훌륭한 코디네이터 역할을 요구하는 소리가 높다.

늘 웃는 얼굴에 포용력과 인내심도 있고 정.관.재계 모두에 마당발이어서 조정을 잘하리라는 기대도 상당해 보인다.

대통령을 보좌하면서 당.정.청을 아우르는 코디네이터로 성공하기는 결코 쉽지 않을 터,발타자르 그라시안의 조언은 여전히 유효할 듯하다.

'귀는 진리의 곁문이고 거짓말의 대문이다.

진리가 왜곡되지 않고 도달되는 일은 드물다.

지나올 때마다 흥분과 감정에 오염된다.

그러니 칭찬하는 자에겐 조심스레,비난하는 자에겐 더욱 주의깊게 귀를 기울여라.'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