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급식 식재료 관리 '부산'..食파라치 양산 '우려'
음식점 "게시판.메뉴판 둘 중 한 곳만 표기했으면"


산업.유통팀 = 일선 식당과 대형 유통업체, 외식업체, 그리고 학교, 기업, 병원 등 집단급식소들이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4일 쇠고기를 비롯한 육류 등의 원산지 표기와 위반 단속.처벌을 강화한다는 내용의 정부 정책이 발표된 데 따라 원산지 표기 등을 위한 식단 게시판과 메뉴판 정비를 서두르고 식(食)재료 유통, 구입, 관리를 체계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60만 음식점의 이익단체 격인 한국음식업중앙회는 각 지회를 통해 식품위생법과 농산물품질관리법 개정안 등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안내'하는 글을 일선 식당에 보냈고 일부 식당은 이날부터 육류뿐 아니라 쌀, 김치 등의 원산지를 게시판에 덧붙여 적는 등 발 빠른 대응에 나서는 모습이었다.

서초구에서 국수전골집을 운영하는 한 업주는 "음식업중앙회 서초지회에서 보내온 안내문에 따라 쇠고기와 쌀 등의 원산지를 게시판에 표기했다"면서 "쇠고기는 호주산을 쓰고 쌀은 국내산을 쓰는 만큼 별다른 문제없이 그냥 표기하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영등포구의 한 숯불갈비집 주인은 "그동안에도 메뉴판에 쇠고기와 돼지고기의 원산지를 표기해왔다"며 이번 정책 발표에 개의치않는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원산지 단속을 강화한다고 하는데, 아직 어떤 방식으로 하는 것인지 뚜렷한 내용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음식업중앙회 관계자는 "농산물품질관리법 개정안 등을 보면 쌀, 김치, 육류 원산지를 '게시판 및 메뉴판'에 모두 표기토록 하고 있는데 게시판이나 메뉴판 한 곳에만 했으면 좋겠고, 고기의 경우 구이류만 원산지 표기를 하고 갈비탕 등 탕류는 하지 않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주장하고 "이런 의견을 정부당국에 제안한 상태"라고 소개했다.

이 관계자는 또한 "농산물품질관리법 개정안 등에서 신고자 포상금으로 200만원을 정해놨다"고 전하고 "이런 포상금으로 인해 전문 식(食)파라치가 양산되면서 영세한 식당 등이 피해를 볼 수 있다"며 이 부문도 재고해줄 것을 정부당국에 요구했다.

일선 학교와 병원, 공공기관 등 급식소도 대응책 마련과 실행에 나섰다.

서울 강북구 미아동의 영훈초등학교는 학교 홈페이지 게시판에 식재료 원산지를 모두 표시하기 시작했다.

이 학교는 식재료를 들여올 때부터 원산지 증명서를 확인하고 있으며 앞으로 식당 게시판에 올리는 식단표에도 원산지를 표시할 방침이다.

학교 관계자는 "6월 한 달간 쇠고기를 쓰지않았다"고 말하고 "학생과 학부모들이 조류인플루엔자, 미국산 쇠고기 등에 신경을 써서 급식회의 때 쇠고기와 닭고기 사용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최근 분위기를 전했다.

은평구 갈현동 갈현초교도 홈페이지를 통해 급식 메뉴와 식재료 원산지를 알리면서 학부모 신뢰를 얻기 위해 힘을 쓰고 있다.

이 학교의 한 여교사는 "식재료를 들여올 때부터 원산지 증명서와 특산물 등급판정서를 확인하고 1년에 한두 번 무작위로 쇠고기 샘플을 채취해 유전자 검사도 하고 있을 뿐 아니라 쇠고기는 한우만 사용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대형병원들은 원산지표시 방침에 대비해 준비를 해 온 만큼 크게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세브란스병원은 22일부터 각 병동에 설치된 `주간 식단 게시판'에 쌀과 고기, 김치의 원산지를 표기하고 있다.

쇠고기는 호주산, 쌀.돼지고기.김치는 국산을 쓰고 있다는 게 병원 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될 경우 이를 식재료로 쓸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답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환자식은 두 가지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원산지표기에 따른 불만이 있을 경우 다른 음식을 선택하면 된다"면서 "아직까지 원산지 표기와 관련해 환자들의 민원이 접수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도 정부 방침에 따라 매일 환자식단과 직원식단을 공지할 때 원산지를 표기하기로 했다.

하지만 병원측은 환자 개인별로 고기 원산지를 안내하기는 어려운 만큼 병실 내 생활안내판을 이용해 원산지를 알린다는 계획이다.

이 병원 영양파트 라미용 계장은 "정부에서 원산지표시를 의무화 한 만큼 앞으로 불고기 등이 제공될 때는 이 생활게시판에 원산지를 표기할 방침"이라며 "원산지 표시를 위해 이미 17일 각 병실에 비치할 식단 안내판을 별도로 제작했다"고 말했다.

경찰청도 앞으로 구내 식당에서 사용하는 쇠고기와 돼지고기, 닭고기에 원산지를 표기할 계획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원래부터 식자재를 납품받을 때마다 일일이 원산지를 확인해 왔기 때문에 원산지 표기를 하는 데에도 별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대기업 연구단지와 공장의 집단급식소의 원산지 표기 강화도 급류를 타고 있다.

삼성전자 임직원과 협력업체 직원 등 2만7천여명이 이용하는 수원사업장 내 9개 식당에서는 16일부터 원산지 표기가 시작됐다.

원산지 표기는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등 육류와 쌀, 김치, 어류 등 신선야채를 제외한 모든 품목에 대해 실시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앞으로 원산지 표기를 더욱 철저히 해 임직원들이 마음놓고 식사를 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울산공장은 이미 2000년부터 직원 식당에서 쇠고기 등 육류뿐 아니라 야채류에 대해서도 식자재 원산지를 표시해왔고 현대중공업 울산공장도 육류 원산지를 배식구에 고지하고 있다.

외식체인이나 대형 급식업체 등은 각 메뉴에 사용된 육류의 원산지 표시 자체는 별 무리 없이 따를 수 있지만 구체적인 원산지 표기 방법을 놓고는 다소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이다.

패스트푸드 체인이나 패밀리 레스토랑들은 최근 광우병 논란이 불거진 시기를 전후해 '호주산' 또는 '국내산' 쇠고기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알려왔기 때문에 육류 원산지 표시제 시행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전했다.

다만 현재처럼 매장 내 포스터 등으로 주요 육류 재료 원산지를 밝히는 수준에 머무를지, 아니면 개별 메뉴별로 일일이 원산지를 표기해야 하는지 세부 방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메뉴마다 원산지를 표시하도록 정해지면 업체별로 전국 매장의 메뉴판 등을 바꿔야 하는 등 적지 않은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한국 맥도널드 관계자는 "현재 쇠고기는 호주산을 쓰고 있고 베이컨 등 육류 가공식품도 국내 대기업 제품을 쓰고 있어 원산지 표기에는 문제가 없다"며 "다만, 표기 방법이 아직 정해지지 않아 세부 시행령을 기다려 본 뒤 그 내용에 맞춰 대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대형 급식업체들도 납품받는 식재료의 원산지 대부분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없이 원산지 표시제를 도입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그동안 해왔던 원산지 확인작업을 강화하고 해당 내용을 서류상으로 남기는 등의 수고는 더 들겠지만 운영상 큰 무리는 없다"고 말했다.

대형마트 등 유통업체들도 조리ㆍ반조리 식품에 사용되는 육류 원산지를 일일이 표시해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특히 최근 홈에버에서 미국산 쇠고기를 호주산으로 바꿔치기해 팔다 적발되는 바람에 대형마트 원산지 표기의 신뢰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면서 각 업체는 물류센터와 각 점포에서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원산지 확인작업을 강화하는 등 대비 태세에 나섰다.

신세계이마트는 바이어가 협력회사 방문시 원산지를 점검하는 1차 현장감독 횟수를 늘리기로 했다.

또한 제품이 매장에 진열된 이후 진열 기일과 원산지 표시 등 준수 여부를 감시하는 매장 준법 관리자 인원도 최근 1명에서 2명으로 늘려 수시로 확인하기로 했다고 이마트는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